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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을 맞는 하모니,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첫 내한공연
벌써 봄을 맞은 것인가, 공연장 밖 기온은 영하 10℃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세계적인 지휘자 로린 마젤(83)이 이끄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의 연주는 너무나 따뜻했다.

악단 12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시카고 심포니는 지난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8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추위를 이기는 법을 음악을 통해 알려줬다.

시카고 심포니의 아시아 투어 마지막을 장식하는 서울 공연, 첫날 박수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로린 마젤은 등장에서부터 안정감과 묵직함이 느껴졌다. 데보라 러터 시카고 심포니 대표가 “홍콩에서 무대에 오르는 마젤을 보았을 떄 모든 단원이 한숨 놓았고 이제 됐다 싶었다”고 말할 만큼 거장이 전할 수 있는 듬직함이 있었다.

1부는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로 시작했다. 경쾌하게 시작한 1악장, 시작하자마자 어느새 리카르도 무티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은 사라지고 객석은 어느때보다도 조용히 시카고 심포니와 로린 마젤의 조합을 지켜봤다.

                                                                                                                                                                             [사진제공=현대카드]

거장의 지휘는 너무나 편안해 보였고 여유가 넘쳐흘렀다. 지휘자 단상 난간에 손을 얹으며 지휘의 무게를 단상과도 나눠가졌다. 물흐르듯 흘러간 2악장의 선율은 3악장에서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음색을 표현했다.

로린 마젤은 공연 전 기자간담회에서 “톤이나 감성을 따라가다보면 매우 어둡고 깊게 가라앉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듯 모차르트 최후의 교향곡 ‘주피터’를 통해 모차르트 생애 마지막에 내재된 심오하고 어두웠던 면들을 은근하게 보여줬다. 연습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당초 연주하기로 했던 드보르작 교향곡 5번에서 이 곡으로 레퍼토리를 변경한 의도가 4악장에서 드러났다.

브람스의 교향곡 2번으로 장식한 2부는 로린 마젤이 말한 시카고 심포니의 “유연하게 흐르는 따뜻한 음색”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강약이 분명한 1악장은 노장의 노련함과 악단의 궁합이 잘 맞아떨어져 에너지가 하나로 모이는 무대를 만들었다. 악장 사이 헛기침마저 잦아든 2악장은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3악장으로 이어졌고 마지막 4악장에서 악단의 온 에너지를 쏟아냈다.

개별 악기 소리, 연주자들의 특색이 존재하면서도 서로 다른 색의 악기 소리가 하나가 됐다. 음악을 찍어내는 듯한 기계적인 정확함이 악단이 가진 힘을 짐작케 했다. 로린 마젤과 함께 호흡을 맞춘지 5회째. 호흡은 척척 맞았고 어떤 지휘자를 맞아도, 어떤 레퍼토리라도 능숙하게 소화할 시카고 심포니가 마에스트로와 함께 만들어내는 무대는 명불허전이었다.

명창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쉽고 가볍게 명곡을 뽑아내듯 120년 역사의 시카고 심포니와 지휘경력 70여년의 로린 마젤은 노련함으로 봄을 맞은 듯한 ‘따뜻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뜨거운 박수 속에 연주를 마친 시카고 심포니는 앵콜곡으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번과 바그너의 로엔그린 3막 전주곡을 선사했다.

시카고 심포니와 로린 마젤의 두 번째 조합은 7일 예술의전당에서 멘델스존 교향곡 4번과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통해 다시 한 번 감동의 무대를 마련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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