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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눈이 온 설날 아침의 기억
눈이 온 설날 아침의 기억

고운기


그 해 설날 아침에는 눈이 왔었다

빈 마당이 소복소복
눈 위를 설빔 운동화 처음 신고
대문까지 그냥 한번 걸어갔다 돌아오니
사박사박 발자국

마당에 찍힌
그 해 설날 아침에 남겨진 오래된 기록

내 마음 속 설날 아침에는 늘 그 해처럼
소복소복 눈이 내려 쌓이고
사박사박 첫 발자국을 내고

새해 첫날은 그렇게 하얗고 설레고 복스럽기를

마당에 내린 흰 눈은 쌀처럼 더러 설레고
마당에 내린 흰 눈은 소금처럼 더러 복스러우니

또 한 해 세상에 남길 어지러운 발자국도
설날, 흰 눈 온 마당에 찍은
기억으로 힘이 오르기를.

고운기 시인은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1987)‘, 섬강 그늘’(1995),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2001)‘,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2008)‘, 구름의 이동속도’(2012) 등이 있다. 현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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