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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살고, 레슬링 탈락’ 올림픽 핵심종목 결정의 의미
어느 정도의 진통과 난상토론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일사천리로 결정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는 지난 12일(한국시간) 2020년 올림픽에서 치러질 핵심종목(Core Sports) 25개 종목을 확정짓고, 1개 종목을 탈락시켰다. 탈락된 종목은 레슬링이었다. 근대5종과 태권도 탁구 등이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지만, 집행위원들은 레슬링을 지목했다.

첫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던 레슬링은 올림픽을 상징하는 종목 중 하나였지만,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신세가 됐다.

이번 결정은 IOC가 추구하는 현대 스포츠의 방향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종목들이 그러했듯이 선수들과 관계자만이 관심을 갖는 스포츠에게는 더 이상 올림픽무대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IOC는 더 이상 아마추어리즘의 신봉자가 아니다.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TV 방송사와 스폰서십을 맺는 대기업들을 ‘슈퍼 甲’으로 극진히 우대하는 초상업적 기구가 된지 이미 오래다. IOC는 이때문에 매력있는 상품(흥미진진한 스포츠이벤트)을 제공해야하고, 이것이 스포츠종목들의 변신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IOC가 ‘슈퍼갑’인 방송사와 기업들의 돈을 끌어내기 위해, ‘을’인 각 종목들을 다그친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이와 함께 국제스포츠계의 역학관계를 비롯한 정치적인 고려도 빼 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올림픽의 주인공이 각 종목과 선수들이 아니라 IOC가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축구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스포츠는 올림픽과 TV중계로 인해 여러차례 대회방식과 규정에 메스를 대야했다. 탁구는 컬러볼과 11점제도를 채택했고, 유도는 논란 끝에 컬러도복을 도입하고 점수제도를 변경했다. 양궁은 절대강자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수차례 규칙을 바꿨고, 1대1 맞대결 제도를 도입하면서 흥행에는 성공했다. 이번에 퇴출위기에 몰렸던 태권도도 전자호구제 도입, 판정논란 불식, 국가별 출전쿼터제한 등을 실시하며 올림픽에 생존할 수 있었다. 같은 신세였던 근대5종도 5시간안에 경기를 끝내겠다며 규정을 바꾼 끝에 살아남았다.

이번 IOC의 결정으로 레슬링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파테르제도 폐지 등 작은 변화는 도모했지만 TV중계 시대에 걸맞는 박진감넘치는 컨텐츠를 만들어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밀려나면 해당 종목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 기회는 남아있다. 레슬링은 야구 스쿼시 가라데 등과 함께 2020년 올림픽 한 자리를 놓고 오는 9월 IOC총회에서 부활을 노려야한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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