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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남자’ 촬영지 아오모리현에서의 힐링법
[아오모리=서병기 선임기자] 일본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靑森) 현은 한국 사람이 제법 많이 가는 여행지다. 한적한 곳이 많은 아오모리 현을 여유롭게 여행하는 사람도 많고, 혼슈와 홋카이도를 연결하는 세이칸 해저터널을 운행하는 하마나스 야간열차를 타기 위해 아오모리로 오는 여행객도 제법 많아졌다. 최근에는 송중기와 문채원이 사랑을 나눈 KBS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촬영지 방문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송중기와 문채원이 키스한 ‘히로사키 성’은 꼭 가봐야 할 아오모리의 명소다. 아오모리 현의 서부 쓰가루(津輕) 지방의 조용한 곳에 자리 잡은 히로사키 성은 일본 7대 성 중 하나로 손꼽힌다. 1603년부터 1611년까지 8년에 걸쳐 축성된 이 성은 도쿄 돔 10개보다도 넓은 부지에 세 겹의 해자에 둘러싸여 ‘혼마루(本丸)’를 비롯한 6개 성곽으로 구성돼 있다. 지붕이 칼날처럼 날카로운 천수각은 도호쿠 지방에서는 유일하다고 하니, 당시 성주인 영주의 파워를 짐작할 만했다. 성 안에는 벚나무 5000그루가 있어 전국적으로 벚꽃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곳곳이 눈으로 덮여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히로사키 벚꽃축제’가 열리는 봄에는 250만여명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가이드가 알려줬다.

일본에서 가장 일반적인 품종인 왕벚나무의 꽃잎은 3~4개다. 하지만 히로사키 공원의 벚꽃은 5~7개가 모여 핀다. 일본 최고의 사과 재배기술이 벚나무 재배에도 응용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히로사키 성의 벚꽃은 같은 크기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더 화려하고 풍성하게 보인다. 단풍과 국화가 아름다운 가을에는 ‘히로사키 가을축제’가 열리고, 2월 초에는 ‘눈등롱축제’가 열린다. 하얀 눈으로 치장한 천수각과 흑송(黑松)에 불이 켜지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네푸타(등롱) 그림으로 장식된 눈등롱과 미니 가마쿠라(눈동굴)가 300개 정도 만들어져 환상적인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맘때는 ‘스노몬스터’ ‘아이스몬스터’로 불리는 ‘수빙(water ice)’도 보러 갈 만하다. 일본에서 수빙은 아오모리 현과 야마가타 현(자오 산) 정도에서만 볼 수 있다. 아오모리의 핫코다 산에 많이 자라는 아오모리 도도마츠(분비나무)에 얼음과 눈이 들러붙어 점점 크게 자라 스노몬스터라 불리는 거대한 수빙이 된다. 로프웨이를 타고 해발 1200m의 산정역까지 불과 10분 정도면 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핫코다 산의 수빙을 볼 수 있다. 핫코다 산의 수빙은 규모나 장엄함, 호쾌함에 있어 야마가타 현을 능가한다고 했다. 핫코다 산의 건조한 파우더 스노를 밟으려는 스키어와 스노보더들도 간혹 눈에 띈다. 아오모리 현 중앙에 위치한 국립공원 도와다 호수에도 눈과 빛의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밤에는 눈램프로 장식된 회장과 향토색 짙은 다양한 무대 이벤트가 마련되고, 밤마다 불꽃을 쏘아 올린다.

‘푸른 숲’이라는 지명만으로도 ‘청정지역’임을 알 수 있는 아오모리는 사과로 유명한 곳이다. 깨끗한 지역에서 자라는 만큼 당도도 높다. 수확량은 약 50만t으로, 일본 전체 사과의 50% 정도를 생산한다. ‘후지’ ‘국광’ ‘부사’ ‘아오리’ 등의 사과 품종이 개발된 곳이다. 현 내 어딜 가나 새콤달콤한 사과를 판매한다. 사과주스, 사과잼, 사과파이, 사과튀김, 사과푸딩, 말린 사과 과자와 비스킷 등 사과로 만든 식품으로 넘치는 사과왕국이다. 사과가 둥둥 떠 있는 온천도 있다.

아오모리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사과 산지가 된 데에는 스토리텔링의 영향이 크다. 1991년 강한 태풍이 불어닥쳐 수확을 앞둔 사과가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태풍 속에도 떨어지지 않은 일부 사과에 ‘합격’이라는 글을 붙여 전국의 수험생에게 ‘태풍도 이겨낸 합격사과’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더니 큰 반응을 얻었다.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스토리텔링은 세계에서 아오모리만이 가지고 있다.



■‘착한 남자’에 나왔던 ‘호시노 리조트 아오모리야’에서의 사미센 연주



드라마 ‘착한 남자’에서는 태산리조트로 나왔던 ‘호시노 리조트 아오모리야’는 드라마 촬영지로 관광객의 발길로 이어지고 있다. 총면적 22만평의 부지 위에 민속박물관, 전통가옥 등 리조트시설을 갖추고 있는 온천호텔이다. 과거에는 고마키 온천 아오모리야호텔로 불렸던 이곳은 일본 100대 온천 중 8년 연속 1위로 뽑힌 온천이다. 1200평 넓이의 대욕장과 경치가 뛰어난 노천탕을 갖추고 있다. 로비 근처에는 족욕장도 있다.

매일 온천욕을 하고 온천 입구에서 밤마다 열리는 사미센 연주를 감상하면 스스로 힐링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미센으로 일본 민요를 연주한다.

아오모리 현의 민요는 크게 쓰가루(津輕) 지방의 쓰가루민요와 난부 지방의 난부민요로 나뉜다. 난부민요는 느긋하고 대범한 곡이 많아, 예부터 연회 등에서 곡에 맞춰 춤추던 것이 난부손춤이다. 이 난부손춤에 유랑 예인들이 가부키 동작을 접목시켜 보여주고 있다.

쓰가루민요는 일반적인 민요와 달리 정해진 노래가 없다. 예인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가사로 노래를 만들어와 단락 구분 등에서 번번이 달라진다. 가령 쓰가루의 ‘존카라부시’라는 노래는 ‘규부시’ ‘나카부시’ ‘신규부시’ ‘신부시’ 등 노래 방식만도 4가지나 된다. ‘규부시’라 하더라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가사와 단락이 달라진다. 반주를 담당하는 사미센 연주자도 한 번 연주한 연주법은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연주기법을 고안해낸다. 악보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연팀이 연주가 끝나면 몇 명의 관객을 무대로 불러내 삽을 쥐여주며 공연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쓰가루 사미센은 애드리브로 연주하는 재즈와 공통점이 많아 ‘일본의 재즈’라고도 불린다. 모두투어(1544-5252) 등 여행사에서 다양한 아오모리 패키지 상품들이 나와 있다. 일본 정부관광국(JNTO) 서울사무소(02-777-8602)에 문의해도 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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