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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강산의 ‘맛’ 있는 이야기
‘조선 중기 ‘호장’이라는 선비가 바다에서 온 침입자들에게 끌려가다 죽게 생겼는데 거대한 문어가 나타나 침입자들을 몰살시켰다.’

동해시 묵호항 주변의 까막바위에 서 있는 국내 유일의 문어동상에 적혀있는 유래다. 오래 전부터 묵호와 울진, 영덕의 문어는 험한 십팔령 고개를 넘어 안동과 영주의 제사상에 올랐다. 음식 칼럼니스트 박정배의 ‘음식강산’(한길사)은 우리 음식문화의 생생한 현장을 누비며 길 위에서 오감으로 쓴 음식기행이다. 저자는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친근한 음식의 경로를 하나하나 밟아간다.

겨울의 맛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대구다. 대구의 활동무대는 진해만이다. 12월에서 3월 말 사이 오호츠크의 먼바다에서 동해를 거쳐 진해만으로 온 대구는 살이 오른다. 음식의 세계에서 동물성 식재료 중 암놈이 대접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는데 암대구만 유일하게 인기가 없다. 절반 값에도 사려고 하는 이가 별로 없다. 수놈에게만 있는 이리 때문이다. 이걸 넣고 끓이면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난다. 요리법도 다양하다. 거제에서는 대구를 가루로 만들어 찹쌀과 함께 끓여 먹는 대구죽, 아가미로 터지지 않게 알과 내장을 꺼내 소금을 뿌린 후 다시 뱃속에 넣어 1~2개월 정도 그늘에서 말린 다음 꺼내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먹는 약대구알, 대구장아찌 등 독특한 요리가 발달했다.

모두 5권으로 완성될 예정으로 먼저 첫 두 권이 나왔다. 제1권은 어류와 해산물을, 제2권은 다양한 분식과 면을 다뤘다. 모두 옛 문헌에 기록된 음식들로 오래 우리의 밥상을 지켜온 친숙하고 두루 좋아하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제3권은 돼지고기ㆍ쇠고기 등 육고기를 재료로 한 음식을, 제4권은 비빔밥ㆍ김치 등 한국음식의 원형을 보여주는 음식, 제5권은 술과 음료의 세계를 담아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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