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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뇌는 내가 무슨 일을 할지 알고있다
美신경학자 샘 해리스 뇌파 실험
사람의 행동 뇌에서 미리 인지
자유로운 선택의지는 환상 주장

창조적 변화만이 인생변화 이끌어
자유의지 논쟁 명쾌한 답변 제시



인간의 자유의지는 흔히 종교의 영역에서 논쟁적인 주제였지만 최근에는 과학적 주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논객이자 신경학자인 샘 해리스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관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다. 커피를 마실지, 차를 마실지, 버스를 탈지, 지하철을 탈지 자신의 사고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하고 있다는 믿는건 그저 환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저서 ‘자유의지는 없다’(시공사)에서 “우리의 의지는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고와 의도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도 없는 배경원인으로부터 발생한다. 우리는 스스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자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생리학자 벤저민 리벳의 뇌파검사를 사용한 실험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움직이기로 결심했다고 느끼기 300msec(밀리세컨드: 1000분의 1초) 전부터 뇌의 운동피질에서 활동이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소에서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를 사용해 피험자들 결정을 의식적으로 내리기 7~10초 전에 어떤 단추를 누를지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는 뇌 부위 두 군데를 발견했다. 더 최근에는 뇌피질에서 직접 녹화한 정보로 피험자가 스스로 내린 결정을 인식하기 700msec 전에 뇌피질에서 단 256개의 뉴런의 활동을 보여주었는데 이를 통해 피험자의 결정을 80퍼센트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즉 우리가 우리 행동의 의식적 주인이 아니란 얘기다. 우리 뇌는 내가 무슨 행동을 할지 찰나 전에 미리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카톡으로 문자를 보내기 1초 전에 내가 그럴 걸 누군가가 미리 알고 있는 것과 같다.

해리스의 논리는 이어진다. 설사 나의 심리상태와 두뇌상태가 일치한다손 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나는 어떤 생각이나 의도가 떠오를 때까지는 다음에 무엇을 생각하고 의도할지 결정할 수가 없다. 나의 다음 심리상태는 어떻게 될까? 나는 모른다. 그저 그렇게 될 뿐이다. 그는 여기에 무슨 자유가 있는가 하고 묻는다.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 뇌를 물질적 기반이 아닌 영혼, 즉 인간 정신이 영혼 같은 것으로 만들어졌다 해도 논점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만약 영혼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 우리가 모른다면 우리는 통제권을 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의지란 것이 자기 자신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을 할 때야말로 분명히 드러나게 마련인데, 좋지 않은 결과나 끔찍한 일을 초래하도록 하는 영혼이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자발성과 비자발성의 차이를 놓고 따져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발적인 행동의 의도가 어디서 나오는지, 매 순간 그 의도의 성격을 무엇이 결정하는지 알 수 없기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 사고와 행동의 주인이라고 느끼거나 그렇게 간주하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만약 사람들이 의식적 선택을 내리기 몇 초전에 두뇌 스캐너를 통해 그 선택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이내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 이로 인해 그들 자신이 자기의 내면생활을
통제하는 의식적 주체라는 위상이 곧장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본문 중)

해리스는 우리가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은 의도 자체가 발생하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의도하는지 알 수 없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실제로 자유의지를 가지려면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 모든 요인들을 인식해야 하고, 그 요인들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해야 하지만 이게 가능한 일일까.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정적으로 인지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허무주의와 절망에 빠질까. 가령 극악 살인범의 행위에 대해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사회정의의 실현이 가능할까.

저자는 “인간을 자연현상으로 바라본다고 해서 형법제도가 훼손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어떤 죄를 저지른 사람을 사회에 위험한 자로 여기기 위해 굳이 자유의지라는 개념을 반길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는 너무 명쾌하고 단순해서 오히려 멍할 정도다. 얇은 소책자로도 얼마든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걸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는 해리스의 자신감과 패기가 놀랍다.

저자의 고백은 또 다른 인식으로 이끈다.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해서 내가 운명론자가 되지는 않았다. 실은 자유롭다는 느낌이 오히려 늘었다. 나의 희망과 두려움, 노이로제가 덜 사사롭고 덜 부담스러워졌다. 내가 앞으로 얼마 만큼 변하게 될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자기라는 체계에 투입되는 것들이 창조적으로 변화하면 당사자의 인생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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