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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퇴위, 권력다툼때문?
개혁파 비가노대주교 침통한 표정
WP “교황서신에 권력투쟁 흔적”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자진 사임한 배경에 교황청 내 추악한 권력투쟁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교황 베네딕트 16세가 교황청 내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주요 참모들과 주고받은 서신들이 알려지면서 교황청의 권력다툼과 부정행위 등이 세상에 드러났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지난 2011년 늦은 여름 미국 워싱턴DC 주재 교황청 대사로 전보된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가 자신을 위한 환송연에서 침통한 표정을 보였다고 전했다.

비가노 대주교는 교황청 내 일부 고위 성직자의 부패와 권력남용, 정실 인사 등을 개혁하기 위해 교황에게 비밀 편지를 보내는 등 ‘개혁파’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WP는 비가노 대주교가 미국 주재 대사로 임명된 것은 교황청 개혁 인사들의 노력이 개혁 반대 세력에 의해 무산됐음을 말해주는 사건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청 내부 권력다툼은 결국 베네딕토 16세의 사임으로 연결되는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교황청 내부의 부패상은 지난해 교황의 수행비서로 일해온 파올로 가브리엘레가 교황청 내부 문서를 이탈리아 언론에 유출하면서 알려진 바 있다.

이 같은 문서 유출 덕분에 바티칸 일부 고위 성직자가 외부 업체와의 계약에서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정을 저지르고 자신들과 친밀한 업체에 주요 계약을 제공했으며 바티칸 은행들이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이달 말 사임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7일 자신의 삼종기도를 참례하기 위해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가톨릭신자들에게 “가톨릭교회와 신자가 스스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 14일 로마 교구 성직자들을 상대로 한 즉석연설에서도 1960년대 제2차 바티칸 공회를 언급하며 “교회와 공회가 진정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WP는 차기 교황도 내부 권력투쟁과 돈세탁 스캔들, 사제들의 성추문 등 개혁과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며, 현재 교황청 세력 구도로 볼 때 그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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