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개봉 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작품을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연일 계속되는 무대인사, 인터뷰 등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던 그는 작품에 관한 그리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베를린’을 위해 액션 훈련을 했던 자체가 새로웠어요. 처음 해보는 장르였기 때문에 부담스러우면서도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할 만한데’라고 생각했어요. 액션 영화에서 주연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액션으로 첫 번째로 설득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시각적인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그동안 경험했던 것들의 출발이라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류승완 감독은 하정우를 비롯한 배우들에게 쉬운 액션을 주지 않았다. 심지어 전문적인 대역 배우들조차 이를 어려워했을 정도니 할 말은 다 했을 정도다.
“촬영하면서 ‘정말 이게 말이 될까, 어떻게 찍지’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어요. 첫 촬영에 들어갔을 때 동선이 말이 될까 싶었죠. 제가 원래 와이어를 싫어하는데 정말 어금니를 꽉 깨물고 했어요.”
하정우는 이 말과 함께 촬영 당시의 상처를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했다.
“첫 번째는 쇠구슬 총알에 손을 맞았었죠. 치료를 받고 다시 촬영을 진행하는데 벽에 설치해둔 화약이 터져서 팔목을 다쳤어요. 두 번이나 그러니까 오히려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본래 성격은 예민하고 불같은 부분이 있는데, 굳이 영화를 찍으면서 감정을 표출하는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었죠. 그렇게 해서 해결되는 일도 없고 좋게 마무리 했죠. 주연배우로서 영화에 책임감을 가지고 프로답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액션에 대한 것을 기초부터 배웠던 것을 “태극 1장 주먹지르기 부터 시작했다”라고 표현했다. 액션 스쿨 식구들과 하나가 됐음은 물론이며, 스턴트 배우와 의견을 나누는 등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베를린’의 액션 연기는 관객들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액션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을 들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죠. 개인적으로 제가 나온 액션신은 다 마음에 들어요. 하하”
하정우는 영화 ‘롤러코스터’로 감독으로서 올 하반기 신고식을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그는 이와 관련해 확실한 선을 그었다.
“감독의 꿈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은 누구 말대로 배우가 진화해서 된 것은 아니에요. 영화 자체가 정말 좋기 때문에 배우로서 영화를 찍어본거죠. 연출에 대한 도전 자체가 배우를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하기 위함일 수도 있죠. 또 휴식기간 동안 제 자신을 통해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하던 차에 시작했죠. 영화를 잘 만들고 싶은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그는 인터뷰 말미 ‘롤러코스터’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자 영화 관람 후를 기약했다. 배우가 아닌 감독의 입장이었기에 장면, 소품 등 속 시원하게 답을 해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다양한 장르 중에 진한 멜로를 찍고 싶은 바람을 내비쳤다.
“올 한해도 해야 할 것이 정말 많아요. 현재 ‘더 테러 라이브’를 촬영 중이고, 곧 이어 강동원 씨와 함께 윤종빈 감독의 ‘군도’도 촬영해야 하거든요. 게다가 아까 이야기했던 제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도’ 개봉해야 하네요.”(웃음)
자신의 다양한 재능을 “정서불안 및 실천을 하는 것 뿐”이라며 겸손해 하는 하정우가 올 한해 선보일 또 다른 모습에 기대가 모아진다.
조정원이슈팀 기자 chojw00@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