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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 차오르듯… ‘뽀얀 속살’ 차오른다
28일부터 ‘울진대게 축제’…음력설 지나 맛 절정, 관동팔경에 눈마저 배부르다
“같은 바다에서 잡힌긴데
뭐가 다를라꼬? 원조가 어딨겠나,
굳이 따지자면 통통하고
맛 좋은 게 원조인기라”





울진 후포항의 한 횟집에서 영덕이냐, 울진이냐는 진부한 ‘대게’ 토론이 또 시작되려는 찰나. 대게 찜 접시를 나르던 횟집 사장님이 ‘정답’을 알려줬다. 대게는 그저 ‘살 많은 게’ 원조다. 2000년대 한류열풍을 주도한 드라마 ‘대장금’에서 울진 대게가 등장하면서, 영덕과 울진 간의 ‘원조 대게’ 싸움이 본격화됐다. 사실, 게는 같은 바다에서 잡힌다. 배가 영덕 강구항 등으로 들어가 위판되면 ‘영덕 대게’ 이고, 울진 죽변ㆍ후포항으로 들어가면 ‘울진 대게’이다. 여전히 ‘대게’ 하면 영덕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있지만 요즘엔 대게잡이 배가 울진에 더 많으니, 수적으로는 울진이 앞서고 있는 셈. 영덕 상인들도 울진까지 와서 게를 사갈 정도라고 한다. 같은 바다에서 잡힌 게들이 이산가족이 되어 다른 항구로 들어온다. 맛 역시 다를 이유가 없다. 그래도 울진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또 물을 게다. “어디가 원조예요?”

▶울진 대게축제…“게살 바르러 갑시다”=음력설이 지나면 대게 속살이 차오른다. 점점 맛이 난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하다. 그뿐이랴. 필수아미노산과 핵산이 풍부한 고단백ㆍ저칼로리 식품이다. 성장기 어린이부터 환자의 영양식까지 어디든지 환영받는다. 대게잡이 배는 보통 20㎞ 이상 떨어진 바다로 나간다. 수심 200~300m 지점에 서식하며 돌아다니기 때문에 우선 ‘감’으로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게 필수다.

서울 등 도심에서는 비싸서 못 먹고, 또 없어서도 못 먹는다. 4~5시간을 달려 울진까지 갔다면 대게를 실컷 먹는 게 남는 거다. 영덕이냐, 울진이냐는 토론은 대게 찜 접시가 나오자 사라졌다. 먹음직스러운 대게 앞에서 사람들은 말을 아낀다. 대게도 쇠고기처럼 부위별로 맛이 다르다. 어떤 이는 다리살을, 어떤이는 몸통살을 좋아한다. 

음력설 이후 통통하게 살이 오르기 시작하는 대게는 4~5월까지 제철을 맞는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고소하면서 달콤하기까지 하다. 울진과 영덕 중 어디가 원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속이 꽉 차고 맛있는 대게를 싸고 푸짐하게 맛볼 기회가 있다. 오는 28일부터 울진 후포항에서 열리는 대게축제로 떠나자.

매일 오전 8시에는 죽변항과 후포항에서는 대게 위판장이 열린다. 수십만 마리 대게들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위판장에 깔린다. 행여 다리 하나라도 잘못 밟을까 구경꾼들은 조심한다. “저쪽 게는 빼라”는 경매사의 외침에 바닷가 여인들은 “이것까지 빼면 남는 게 뭐 있나” 더 큰소리로 응수한다. 아낙네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10마리씩 겹치고, 좌우로 다시 10줄씩 정렬한다. 옆집 위판이 빨리 끝나야, 우리 집도 위판을 한다. 시간이 오래되면 게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판장의 사람들은 내 집, 네 집 할 것 없이 서로 일을 돕는다.

울진에서는 오는 28일 ‘울진대게와 붉은 대게축제’를 개최한다. 메인 행사장은 울진 최남단 후포항 한마음 광장. 대게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대게 빨리 먹기, 게살 발라내기, 대형 게살 김밥만들기 등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대게보다 저렴한 붉은 대게는 주로 가공식품용으로 많이 판매되는데, 후포항 인근에는 붉은 대게 가공공장도 많다. 축제 때 이를 무료로 맛볼 수도 있다.

또 후포항 위판장에서 즐겁게 구경했던 대게 경매를 일반인들도 체험해 볼 수 있다. 3월 1일~3일 오전 11시 후포수협 위판장에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붉은 대게 특별경매전’이 열린다. (054)787-1331 

▶관동팔경 감상하고 온천욕으로 피로 풀고…눈도 마음도 ‘호강’=문어 위판도 볼만하다. 후포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구산항에서는 매일 오전 6시 문어 위판이 열린다. 어부들의 망을 빠져나온 문어들이 몸부림친다. 서두르면 다시 바다로 갈 수 있을까. 그러나 안착한 곳은 저울 위. 구산리를 방문한 날 가장 비싸게 팔린 건 ‘사람도 잡아 먹을 것처럼’ 컸던 울진 참문어. 무게가 20㎏에 육박해 경매가도 40만원을 넘겼다.

울진은 대게뿐만 아니라 문어도 유명하다. 대게 찜 요리를 해주는 횟집에서는 대부분 문어숙회도 판다. 입찰 중인 한 상인에게 어떤 게 ‘상품’이냐는 질문을 했더니 “다리 8개가 다 있는 것”이라는 ‘정답’이 돌아왔다. ‘울진 vs 영덕’ 원조 싸움에 ‘살 많은 게 원조’라는 대답만큼이나 정직하다. 또 머리가 너무 흰 것보다는 거뭇거뭇한 게 싱싱한 녀석이라고 한다.

대게 찜에 문어 숙회만 맛보고 돌아와도 울진여행은 보람차다. 하지만 ‘맛’ 기행 못지않게 보고 즐길거리가 많다. 북동쪽 끝 나곡해수욕장부터 남동 거일리어촌체험마을(원조대게마을)까지, 동해안을 따라 울진 탐방이 가능하다. 수많은 관광객이 즐겨찾는 죽변항은 예부터 그림 같은 풍광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곳에서도 대게 위판장이 열리는데, 남쪽의 후포항과 쌍벽을 이룰 만큼 아침마다 대게를 가득 실은 선박들로 활기를 띠는 곳이다. 또 죽변항에는 SBS드라마 ‘폭풍속으로’의 세트장이 마련돼 있다. 인근 대나무숲 산책로를 지나면 100년 동안 동해의 불을 밝힌 죽변등대(경상북도기념물 제 154호)도 볼 수 있다.

관동팔경(8개의 동해안 명승지)에 속해있는 망양정과 월송정도 울진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망양정은 7번 국도를 따라 죽변항 아래로 20여분을 달리면 나온다. 월송정은 문어 위판이 열렸던 구산항 아래에 위치해 있다.

울진 북쪽 끝과 남쪽 끝에는 온천도 있다. 북면의 덕구온천은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온천으로, 1년 내내 섭씨 43도의 온천수가 솟구쳐 나온다. 중탄산나트륨이 함유된 알칼리성으로, 수질도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신라시대 노루를 쫓던 사냥꾼이 발견했다고 전해지는 온정면의 백암온천은 갖가지 화학성분이 들어있는 방사능천으로 신경통, 피부병, 위장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울진=글ㆍ사진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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