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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인사이트 - 안지성> 올핸 英분열의 해? 너도나도 “나만 잘 살자”
예전에는 너무나도 잘 뭉쳐서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샀던 영국이 이렇게 분열의 소용돌이 속에 놓이게 된 걸까. 그 이유는 위기 속에서 동반회복을 추구하기보다는 혼자만 살아보겠다는 배타주의와 보호주의 때문이다.




우리가 영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4개 왕국들의 연합체인 나라다. ‘영국’이라는 것도 사실 잉글랜드(England)의 중국어 음차일 뿐이지, 영국에는 잉글랜드 말고도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라는 국가들이 서로 모였기 때문에 ‘연합왕국’이라는 뜻의 UK(United Kingdom)가 정식 국호다.

이렇듯 서로 다른 문화와 인종이 서로에게 적대적인 감정 없이 하나로 뭉친 결속력의 상징과도 같았던 영국이 이제는 정반대로 분열의 길로 가고 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서로 연합왕국에서 독립한다고 나서고 있어 나라가 조각나게 생겼다. 또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국민투표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어떻게 예전에는 너무나도 잘 뭉쳐서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샀던 영국이 이렇게 분열의 소용돌이 속에 놓이게 된 걸까. 그 이유는 위기 속에서 동반회복을 추구하기보다는 혼자만 살아보겠다는 배타주의와 보호주의 때문이다.

먼저, 영국이 더 이상 영국인의 나라가 아니라 외국인의 나라가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2011년 영국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의 작명 통계를 보면 남자 아이의 이름 중 1순위는 놀랍게도 ‘모하메드’였다. 중동과 파키스탄 등지에서 온 무슬림계 소수민족들이 선호하는 이름이다. 런던에 처음 관광을 온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의아해하는 것은 “길거리에서 왜 영어가 안 들리냐”는 것이다. 지방으로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브래드포드와 같은 중소도시들은 인구의 절대다수가 외국계다. 버밍엄 같은 영국 제2 도시조차 외국계 주민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러한 이민자 출신 주민들은 실업률이 8%대인 영국에서 대부분의 3D 직종을 도맡아 하면서 영국 서민들에게 큰 반감을 사고 있다. 일자리 문제가 대두되면 외국인 증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여느 나라와 다를 바 없지만, 영국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대놓고 외국인 차별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지난달 28일 영국 이민당국은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를 대상으로 영국 생활의 어려움을 강조한 광고를 통해 영국에 제발 오지 말라고 호소할 계획을 수립했다. 영국은 일자리도 적은데다 임금수준도 매우 나쁘고 날씨조차 나쁘기로 악명 높다는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노동시장과 복지 문제만이 아니다. 산업계에서도 EU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영국은 2009년과 2010년에 네 차례에 걸쳐 미터법과 같은 유럽의 도량형 강제 사용을 거부했고, 형사법에 있어서도 영국 고유의 법체계 사용권을 되찾아 왔다. 또한 지난달 25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EU 탈퇴에 대해 국민투표를 2017년께 실시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영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을 비롯해 많은 다국적 기업은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스페인계 금융회사 샌탠더(Santander)의 영국 투자법인 노부스(Novus)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호르헤 가르시아는 영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해서 “연말까지 추이를 지켜보다가 본국인 스페인으로 철수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하면서 “이미 많은 회사가 자금을 회수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한국 기업들 중에서는 아직까지 특단의 조치를 내린 곳은 없지만, 여전히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 때 대륙 유럽과는 다른 별도의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제품도 두 가지 이상을 만들어 파는 등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이러한 보호주의, 배타주의적 행보는 앞장서서 시장을 개방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동시에 체결한 국가인 한국과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아일랜드계 회사로 영국 최대의 초저가 의류 유통사인 프라이마크(Primark)의 최고 구매책임자 피터 월시는 “세계와 하나 되려는 한국의 개방적인 모습에 매우 만족한다. 조금 힘들다고 혼자만 살아보겠다는 영국을 보면 안타깝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안지성 코트라 런던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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