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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웅 “배우 외에 욕심나는 것? 전혀 없다” (인터뷰)
조진웅은 참 다양한 얼굴을 지녔다. 이웃집 아저씨같은 서글서글하고 푸근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돌변해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대표작 ‘사랑을 믿어요’(2011), ‘뿌리깊은 나무’(2011),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만 봐도 그렇다.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열심히 ‘뛰고’ 있는 배우 중 한명으로 꼽히는 조진웅이 이번에는 ‘분노의 윤리학’을 통해 비열한 악인으로 돌아왔다. 전작의 캐릭터에 비해 굉장히 악랄한 모습이지만 가장 인간에 가까운 인물이기도 하다.

조진웅은 ‘분노의 윤리학’을 선택하면서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그도 그럴법한 것이 기존에 제작된 바 없는 독특한 장르다. 영화는 미모의 여대생 살인사건에 나쁜 놈, 잔인한 놈, 찌질한 놈, 비겁한 놈 그리고 제일 나쁜 여자가 얽히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들의 본색을 담아냈다.


“객관적으로는 이 영화를 과연 관객들이 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 갓 편집본을 봤을 때 말이죠. 그런데 완성본을 보니까 다행스럽더라고요.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잘 완성된 것 같고요.”

감독 뿐 아니라 모두가 일심동체로 참여한 작품이다.

“특히 스튜디오 신은 몇 번이고 다시 촬영헀죠. 다분히 연극적인 공간에서 영화적인 화법으로 풀어내야 하잖아요. 무려 4박5일 동안 찍었죠.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극장에서 확인해보니까 노력한만큼 잘 나온 것 같더라고요.(웃음)”

‘분노의 윤리학’은 그야말로 ‘나쁜 놈’들의 향연이다. 비겁하고, 치졸하며, 욕망이 앞선 인물들이 뒤엉켜 있다. 포장 없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캐릭터지만 ‘나는 이렇지 않아!’라고 쉽게 부정할 순 없다.

“인간들의 군상이랄까요. 공감하고 싶지 않지만, 제게도 그런 비겁한 모습이 있어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고...이런 사실이 너무 적나라하게 펼쳐지죠. 씁쓸하지만 우습더라고요. 그리고 남자들이 너무 비겁하게 그려지잖아요. 제가 감독님에게 물어보니, 감독님이 ‘대부분 다 이렇지 않아요?’라고 반문하더라고요. 순간 할 말이 없어지더군요.”

‘범죄와의 전쟁’의 판호와 명록은 악역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다.

“물론 비슷하게 표현되는 부분이 있죠. 그렇지만 체감온도가 달랐어요. 판호는 판호에 대한 온도를 느끼면서 연기했다면 명록은 캐릭터를 앞으로 확 밀고 저는 조종하듯 연기했죠. 새로운 사채업자를 그리기 위해 노력했죠.”

그래서일까. 명록은 분명 ‘나쁜 놈’인데 밉지가 않다. 위기에 닥쳤을 때 살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모습에서는 오히려 인간미가 느껴질 정도다.

“많은 부분들이 가감된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서는 사실 명록이가 더 ‘센 놈’이었죠. 그런데 그렇게 그려진다면 영화 자체가 밉상이 될 것 같더라고요. 사실 극 중 룸살롱 여직원이 발을 간지럽히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것도 많이 순화된 장면이거든요. 사실 발을 드러내는 걸 제가 굉장히 싫어하는데 감독님이 발 만큼은 끝까지 고집하시더라고요.(웃음)”

극 중 이제훈과 김태훈은 조진웅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다. 극 말미 스튜디오 신을 제외하면 그가 다치거나 피를 흘리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제훈이나 태훈이 형은 진짜 맞는 신이 맞았죠. 저는 그들을 때리는 역할이었고요. 제가 맞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명록은 굉장히 가학적인 인물이고 살인을 저지르는 것도 서슴지 않죠. 그런데 잘 살펴보면 명록 역시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살아온 인물이거든요. 이 친구가 화를 내는 것도 일시적인 짜증에 불과한 거예요. 분노를 해 봤자 분노가 아닌 거죠. 그만큼 밑바닥인거고, 그렇다고 해서 화를 내도 해소가 안 되는 거예요.”

이제훈, 김태훈, 곽도원, 문소리 등 모두 한 지붕 아래 식구들이다. 뭉친 만큼 더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 조진웅은 “촬영이 참 즐거웠다”며 털털하게 웃어 보였다.

“배우들이 화목하면 그만큼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더라고요. 물론 촬영에 돌입하면 태훈이 형이나 도원이 형이나 저나 긴장을 했지만요. 카메라 뒤에서 상대방 대사 쳐줄 때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 상 공간적인 제약이 많았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해외 로케 촬영도 가고 좀 더 고군분투하면서 찍고 싶네요.”

조진웅은 배우 뿐 아니라 함께한 박명랑 감독, 그리고 스태프들에게도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짐짓 생각에 잠긴 그는 박 감독의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도 귀띔했다.

“특히 감독님은 앙상블의 밸런스나 체크할 부분이 한 두개가 아닌데도 교통 정리를 굉장히 잘 해주시더라고요. 감독님이 본명이 뭔 줄 아세요? 박종혁이에요.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이 ‘명랑’인 거죠. 그걸 지금까지 고수하시는 분이고요.(웃음) 항상 어느 배우에게나 늘 최고였다고 칭찬을 먼저 해주시죠. 전 그래서 처음에 제가 연기 굉장히 잘 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감독님의 비법이더라고요. 칭찬 먼저 하고, 나중에 고칠 부분을 설명해 주더라고요.”

최근 조진웅은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서 7년 동안 교제한 여자친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프러포즈를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여자친구가 그걸론 부족하다고 하더라. 정식적인 프러포즈는 다시 하라고 했다”며 손을 내저어 보였다.

일과 사랑, 어느 것이든 늘 최선을 다하는 조진웅은 향후에도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들과 소통한다. 현재 촬영 중인 ‘화이’에 이어 김한민 감독의 ‘명량, 회오리바다’, 그리고 윤종빈 감독이 신작 ‘군도’로 쉴 틈 없는 나날을 보낼 예정이다. 연기 외 다른 것에는 욕심조차 내지 않는 조진웅의 미래에 기대가 모아진다.


양지원 이슈팀기자/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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