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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18번홀서도 뒤집히는게 골프…우승을 예감하지 마라
지난 주말 끝난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는 박인비(25)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태국 선수인 아리야 주타누가른(17)이 1홀을 남기고 2타 차 선두인 상황에서 마지막 홀에 트리플 보기를 기록하면서 얻은 승리다. 박인비 자신도 얼떨떨한 상황이었다. 상대방이 우승을 확신해도 좋은 마지막 홀에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실수를 거듭하며 트리플 보기를 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아리야는 4라운드 12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행운의 여신이 함께 하는 듯 했다. 하지만 마지막 홀에서 흔들리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 태국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2006년 창설돼 한희원(35ㆍKB금융)이 초대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대회가 개최된 이후로 자국 선수들의 우승이 한번도 없었기에 태국 갤러리들의 실망감은 더했을 것이다.

골프는 장갑 벗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승부는 끝나봐야 안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도 LPGA 첫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김인경(25ㆍ하나금융)은 우승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30㎝ 퍼팅을 놓치면서 유선영(27)에게 연장전을 허용했고, 결국 유선영이 연장전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며 우승컵을 들어올린 예가 있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우승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안 좋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잘 컨트롤하지 못해 아리야는 우승자가 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날려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특별히 어린 나이에 LPGA와 같은 세계적인 무대에서 우승을 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본인에겐 큰 후회와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아마추어들도 이러한 경험이 많을 것이다. 공이 잘 맞는 어느 특별한 날, 본인의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하는 순간에 18번 홀에서 OB를 내거나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하며 스코어를 망쳐버린 아마추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자기도 모르게 스코어를 의식한 나머지 생긴 일이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골프 역시 우승을 하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쳐서는 안된다. 우승에 대한 생각은 우승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끝까지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가야만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 우승의 기회라는 것이 쉽게 오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후회 없는 경기를 위해 결과를 두려워하기 보다 현재의 샷에 최선을 다해 집중해야 한다.

18홀을 돌면서 아쉬움이 남지 않는 라운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지막 홀에서 기회를 날려버리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 결정적인 순간에 하는 실수는 이후에도 오랫동안 트라우마처럼 남아 선수를 괴롭힐 수 있다. 마지막 18홀 경기를 마치고 동반자와 악수를 하기까지, 침착하게 경기를 하는 지혜로운 자만이 우승컵에 키스할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올해도 많은 한국 선수들이 LPGA에서 우승컵을 드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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