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개그맨 어제와 오늘…외압은 사라졌지만 낮은 위상은 여전
지난 3일 KBS2TV ‘개그콘서트-코미디 40년 특집, 코미디는 흐른다’(이하 개콘)에는 1980~90년대 인기있던 코너들이 신구 개그맨의 조화로운 무대로 재탄생했다. 시사풍자 개그의 원조로 꼽히는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추억의 책가방’ ‘시커먼스’ 등이 오랜만에 재현돼 당시를 기억하는 수많은 시청자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시청률도 모처럼 전국 20%를 넘었다.

이 날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은 전성기의 날카로운 풍자는 빠졌지만, 시사풍자 개그의 일인자 고(故) 김형곤을 기리는 오마주로선 손색이 없었다.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은 그 당시 폐지 압력을 받았었다. 특집방송 녹화 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학래는 “(당시에)사람들이 시위 등을 할 때 우리 코너를 패러디했다. 당시 잘나가던 회장님들이 KBS에 우리 코너를 없애지 않으면 광고를 끊어버리겠다고 항의를 했다”며 외압받은 일화를 소개했다. 그의 얘기에 따르면 당시 주요 일간지 사설에까지 이 외압 사실이 실리고 이슈화하면서 코너는 폐지 위기를 피했다.

코너 폐지 압력을 받은 건 그뿐이 아니었다. 군대 개그의 원조 ‘동작그만’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경래는 “그때는 서슬이 퍼랬다”며 “군에서 ‘어디 신성한 국방의무를 갖고 장난을 치느냐?’고 했다”고 그 시절을 돌이켰다. 군 측과 두달간 협상을 한 끝에서야 방송을 겨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왕년 개그스타들은 당시의 고충을 하나씩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최양락은 “대머리, 거지나 주걱턱, 여자 이름에 ‘순자’를 일절 쓰지 못했던 시대가 있었다”고 떠올렸고, 김학래는 “의사 얘기 하면 의사가 들고 일어나고, 기업 얘기하면 기업이 못하게 하고, 그래서 도둑, 강도, 거지 등 협회가 없는 것들만 할 수 있었다. 선글라스 끼고 나오는 거도 참 힘들었었다”고 토로했다. 임하룡은 “건달도 못하게 해서 ‘마음 잡은 건달’이라고 (순화)했다”고 덧붙였다.


요즘엔 얼마나 달라졌을까. 우선 시사풍자가 전하는 재미가 예전만 못하다. 시대 변화의 탓이 크다. 억압받던 시대에 권위를 끌어내리는 풍자는 카타르시스를 줬지만, 요즘 처럼 인터넷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비판이 자유로워진 시대에 풍자가 새롭기는 참 어렵다. 고 김형돈 대신 회장님 역할을 맡은 개그맨 김준현이 만일 “대기업의 동네 빵집, 동네 슈퍼의 문어발 확장”을 통렬하게 꼬집었다면, 시청자는 외려 불편해 했을 수 있다.

케이블채널 tvN의 ‘SNL코리아’의 안상휘 책임프로듀서(CP)는 “흑인분장한 코너를 올렸다가 원저작자인 미국 방송사로부터 항의 한번 받은 적이 있고, ‘여의도텔레토비’가 (방송통신심의위)심의에 오른 거 외에 이제까지 외압이나 정치권 항의는 없었다”며 “인종차별, 특정 종교, 여성 비하 등 세가지 빼곤 다 한다”고 전했다.

개그 풍토는 훨씬 비옥해졌지만, 개그맨의 위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최양락은 “개콘을 예능으로 가는 전초전으로 여긴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예능은 촬영시간만 길지 그 날 하루로 끝나는데, 개콘은 일주일 내내 ‘회의하자, 연습하러 나와라, 맞춰보자’ 한다. 예능 시청률은 한자릿수도 많은데 개콘은 시청률도 높다. 여기서(개콘) 성공하면 더 대접해줘야한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