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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일까? 파사드만 남은 한운성의 풍경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작은 핫도그 가게에 사람들이 잔뜩 몰렸다. 모두들 주문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건물을 보니 겉면만 있을 뿐, 측면과 뒷면은 없다. 그야말로 가벽(假壁)이다.
영화세트장을 그린 듯한 이 그림은 지난해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정년퇴임한 화가 한운성의 신작 ‘Hotdog Stand’(130x130cm 2011)이다. 과일채집 시리즈 등 사실주의 회화를 그렸던 한 교수는 지난 2011년부터는 이색적인 풍경화에 도전했다.

지난 2011년 영국 브라이튼의 모 대학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했던 작가는 ‘old ship’이라는 낡디 낡은 호텔에 묵었다. 문도 잘 안 닫히고, 바닥도 삐걱거려 ‘주최측이 나를 홀대하는 건 아닌가’하고 서운했던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야 그 호텔이 200년이나 된 유서깊은 명소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감춰진 특별한 내용은 모른채 대상을 성급히 단정짓곤 하는 우리의 모습을 반추하며 새로운 풍경화에 도전하게 됐다.

그림들은 따라서 진실과 추론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파사드만 위태롭게 남은 풍경화는 현대인의 단편적이고 협소한 시각이 전부가 아님을 말해준다. 한운성의 신작 ‘디지로그 풍경’ 시리즈는 오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갤러리인(대표 양인)에서 만날 수 있다. 02-732-4677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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