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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름해진 인사청문회…정치셈법, 검증능력 부족으로 솜방망이 전락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하나마나한 요식행위로 흐르고 있다. 야당측은 후보들을 샅샅히 파헤치겠다고 별렀지만, 정작 청문회에 돌입 해선 그렇다할 검증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관예우, 병역논란, 땅투기 의혹 등 언론에서 검증 화두로 떠올랐던 논란들도 막상 청문회에 돌입해선 흐지부지 되는 분위기다. ‘식물 정부’에 대한 여론의 우려가 커지면서 야권이 ‘장관 인사청문회를 내주고 정부조직개편안을 얻는’ 전략적 선회를 택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4일 열린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인사청문회 답변서는 관료들에게 맡기고, 검토도 안하고 이 자리에 섰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야당 의원들의 송곳같은 검증은 없었다. 일각에서 “야당이 너무 쉽게 가는거 아니냐.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겠다는 마인드 자체가 없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통과될 후보자에 대한 솜방망이 검증은 인사청문회의 전형적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여당의원들은 검증은 커녕, 후보의 자질을 칭송하거나 지역구 홍보에 시간을 썼다. 야당 의원들조차 질의시간에 자신의 지역구 홍보나 딴소리로 일관했다. 현직 의원이기도 한 유 후보자는 애초부터 야권의 공격대상은 아니었다.

이러다보니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유 후보자 청문회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는 마창진(마산ㆍ창원ㆍ 진해) 통합의 행정체제 개편이 잘 진행돼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고, 이찬열 민주당 의원(수원갑)은 “국민생활체육회 회장에 나를 추천하라”며 “장관이 되어 그런 일을 하는 건 국민들 보기에 이상하다”라며 김을 뺐다.

하지만 전략적인 이유 외에 의원들의 자질 부족에 따른 솜방망이 검증도 있다.

민주당이 지목한 낙마 후보인 황교안 법무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때아닌 ‘안기부 x파일’ 논쟁으로 검증의 날이 무뎌졌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이 “김대중 정부 시절 구속된 두 분의 국정원장 주도 하에 불법 도청이 있었다”고 덫을 놨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X파일은 김영삼 정부 때 도청된 것이었다”고 맞서며 덫에 걸려들었다. 새누리당의 ‘딴 소리들’ 전략 덕분에 황 후보자 검증 작업은 그만큼 가려졌다.

이처럼 인사청문회가 정치적 이유로 또는 의원들의 검증역량 부족으로 요식행위로 흐르자 정치권 내 비판 목소리도 다시 높아졌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솔직히 여당은 몰라도 야당에선 장관 후보자를 벌벌 떨게 할 정도로 준비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면서 “최근에는 야권의 정신이 온통 정부조직 개편안에만 쏠려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최근 장관 후보자들도 철저한 준비 보다는 하루만 잘 버티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며 “이러려면 인사청문회는 왜하나 싶다”고 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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