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정부조직법 개편안 관련 여야 협상이 더욱 어려워진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여당이 내놓은 수정안을 거부해 마지막 협상카드가 결렬된 것“이라며 정부조직법의 원안을 고수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담화는 전형적인 불통이며 국회와 야당의 존재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민주당은 청와대 회동을 거부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고 결실을 보는 자리다. 내 의견만 옳으니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은 국민을 실망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은 발목잡지 않았다. 양보를 거듭해서 협상 거의 끝까지 갔었다”며 청와대의 강경 대응으로 협상이 엎어진 것을 아쉬워했다.

새누리당의 설명은 이와 정반대다.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나중에 IPTV는 미래부 이관가능, 케이블은 안된다고 했다. 새누리가 또 수정안 내놨으나 민주당이 이를 거부한 것”이라며 “여당이 청와대 결정 때문에 입장을 못 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꼭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이제 공은 여야의 몫으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원안 고수 입장에 눈치보는게 아니라, 양측이 팽팽히 맞서다보니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결국 여야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정부조직법)하나도 못바꾼다고 말했지만, 결국 타협은 국회서 이뤄진다. 여당도 청와대에 구속되는거 아니고 어떤게 합리적인가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청와대가 원안 고수 입장을 내놓자, 새누리당 협상팀도 꼼짝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협상관계자는 “지난 1일 오후 방통위 일부 권한을 미래부로 옮기는 타협안을 전화로 제안했을 때 새누리 협상팀은 반색을 했다”며 “하지만 3시간을 기다려도 답변이 안 왔다. 청와대의 원안 고수 분위기에 여당 협상팀도 꼼짝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대통령에게 재량권을 최대한 주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엄중 책임 지도록 하는 것이 시대적인 정부조직이라고 생각한다”며 “재량을 허용을 해서 창조적인 음식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민주당 측에 다시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국회의 협상력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국회에서 여야 간 협상이 거의 막바지, 99%까지 왔었다. 하지만 어제 대통령 담화 때문에 (협상이) 어려워졌다. 너무 강수를 둬서야당을 궁지에 몰지 않았나 싶다”고 비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도 “야당의 양보가 필요하지만, 그러려면 박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의 퇴로를 열어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선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