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日관광객 뚝…명동·동대문 ‘엔低 공포’
상가매출 반토막 일부 개시 못해
그나마 1만원대 값싼제품만 찾아
환전소 직격탄 문 닫는곳도 생겨



“개시는 하고 집에 가는 겁니까?”, “개시… 내일 하지 뭐…”.

지난 7일 오후 6시30분 서울 명동지하상가 상인들의 대화다. 일찍 장사를 접는 가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개시는 하고 문을 닫느냐’는 인사말이 상인 사이에서 더이상 어색하지 않다. 엔저(엔화 약세) 현상의 장기화로 명동과 동대문 일대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안경점을 운영하는 양윤석(58) 명동지하상가 회장은 “50% 이상 매출이 급감했다. 25년 장사하면서 요즘처럼 힘든 적은 없다.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문 닫는 가게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한숨지었다.

평소 일본인들로 북적이는 명동의 한 백화점 식품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김’ 매장의 한 직원은 “한두 달 사이에 20~30% 정도 매출이 줄었다. 일본인 손님들은 김을 대량으로 사가는 편인데 요즘에는 매장을 방문하더라도 1~2개씩 소량을 사갈 뿐”이라고 전했다.

서울 동대문시장의 한 화장품가게도 같은 상황이다. 10여명의 손님이 있었지만 일본인은 보이지 않았다.

이 가게 직원 양모(27)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손님들이 줄기 시작했다. 중국인 60%, 일본인 30% 비율로 가게를 찾았는데, 이제 일본인 비중은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인이 찾는 물건도 저가로 바뀌었다. 2만~3만원대인 비비크림과 볼터치제품이 주로 잘 팔렸지만, 지금은 1만원대의 립스틱을 주로 찾는다.

동대문 옷가게 상인들은 “예전에는 보따리로 옷을 사갔는데 요즘에는 1만~2만원짜리 옷 한두 벌씩만 사간다”고 덧붙였다.

엔저로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는 환전소다. 명동지하상가에서 환전과 상품권 판매업을 하는 장모(35) 씨는 “일본 총리가 바뀌고 나서부터는 아예 일본인 관광객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나마 중국인 관광객들만 환전을 해가는 형편”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동대문 두산타워 인근 환전가게 손님도 주로 중국인 관광객이다. 한 환전소 직원 이모(50) 씨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하루 1억원 규모로 환전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5000만원도 안 된다. 일본인들이 줄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1원떼기 장사인데 환율 변동 폭이 30원씩이나 되니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망하는 환전가게도 있으며, 인근 환전가게는 주인이 바뀌었다. 여력이 없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시중 은행 명동지점에서 5년여간 근무한 전모(33) 대리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구매력이 떨어지니까 한국에 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환전상이나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가게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2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여행자협회(JATA)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한국행 단체관광객은 2011년 같은 기간의 44.1~55.8% 수준으로 감소했다. 올 들어서도 1월 중 한국행을 예약한 일본인 단체관광객이 전년 동월 대비 55.1% 수준으로 줄었고, 2월과 3월에도 각각 43.9%, 48.5%에 그쳤다.

동대문 환전소를 찾은 일본인 대학생 에미(19ㆍ후쿠오카) 씨는 “2년 전에는 3만엔을 바꿨는데, 이번엔 2만엔만 환전했다”면서 “한국 여행을 하려는 친구들도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황유진ㆍ박병국 기자/hyjgo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