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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 온 佛 망코보니의 사랑스런 원색의 모빌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원색의 금속판들이 허공에서 찰랑찰랑 움직인다. 개중에는 거울처럼 반짝이는 유리로 된 원판도 있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색색의 원판들은 바람결에 조금씩 반응하며 아름다운 시각적 유희를 보여준다. 마치 오색의 꽃들이 피어나는 봄의 싱그러움을 보는 듯하다.

이 사랑스런 모빌(움직이는 조각)은 프랑스 작가 디디에 망코보니(Didier Mencoboni)의 작품 ‘Revolutions 20’이다. 망코보니는 금속및 플렉시글라스로 원판을 만든 다음, 이를 가느다란 끈으로 공중에 매달았다. 그는 또 모빌 외에도 회화 설치미술 드로잉 등 다양한 작업을 넘나들며 마치 놀이하듯 색의 실험, 표현의 변주를 거듭하고 있다.
세련되면서도 환상적인 색채구사로 지극히 프랑스다운 미술을 보여주는 디디에 망코보니(54)가 서울 충무로의 신세계갤러리 초대로 한국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디디에 망코보니는 색에 대한 끝없는 실험을 마치 유희하듯 시도하는 작가다. 한가지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조형실험을 거듭하는 그의 작업은 따라서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이번 내한전에서도 그같은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Revolutions’라는 타이틀의 원색의 모빌 작품은 천정에 매달아 움직이거나 벽 한쪽에 고정돼 찰랑거린다. 그런가하면 페인팅 작품들을 한쪽에 무심한듯 켜켜이 쌓아놓거나, 기다란 금속 선반에 작은 페인팅들을 겹쳐 올려놓기도 한다. 


벽면에 작품을 설치할 때도 일반적인 눈높이 뿐이 아니라 벽면 아주 높은 곳, 또는 아주 낮은 곳에 설치하기도 한다. 이러한 설치방식은 공간과 작품이, 색채와 색채가 서로 자유분방한 상호작용을 일으키게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공간에 신선한 활기와 역동감을 불어넣는다.
그의 모빌 작품은 화이트큐브로 이뤄진 갤러리에 설치될 때와, 스테인드글라스가 빛을 발하는 성당의 높은 천정에 설치될 때, 또는 도시 한복판 형광의 구조물 속에 설치될 때 각기 다른 표정을 짓는다. 작품들은 그 공간을 살포시 끌어안고 포용하기 때문에 새롭고 즐거운 에너지가 끝없이 창출된다. 망코보니의 작품은 공간과 작품이 어느 한쪽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껴안고 품는다는 점에서 어느 작품보다도 장소특정적(site-specific) 아우라를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망코보니는 본래 추상회화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유기적인 방식으로 작업의 폭을 넓히고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작업하는 ‘…Etc…’ 회화 연작은 25년간 끊임없이 이어지며 그 수가 어느새 2000점을 넘어섰다. 무의식이나 꿈같은 원초적 느낌을 조형언어로 간결하게 담아낸 그림들은 ‘최소한의 나레이션’을 품었지만 그 세계가 무한에 가닿는다.
‘미물 속에 만물의 진리와 비밀이 담겨있다’고 믿는 것일까? 작가는 가느다란 나뭇가지, 세포분열 중인 듯한 작은 세포 등을 통해 자연의 이치와 삶의 파노라마를 끝없이 변주해낸다. 


생명력이 꿈틀대는 망코보니 작업의 매력은 한계를 두지않는 색채술이다. 그의 작품은 강렬한 원색의 어울림이 보는 이를 사로잡으며 경쾌함을 선사한다. 또 작가의 손끝을 떠난 색채들은 색과 색이 만날 때 일어나는 시각적 효과가 눈의 움직임을 동요시키고, 이 효과로 인해 즐거운 진동을 만들어낸다. 이런 진동이라면 얼마든지 빠져들고 싶다.
이러한 일련의 색과 제스처의 연쇄적 반응과 연결은 마치 유기체가 유전자적 변용으로 분신을 재창조하는 것처럼 조형적인 울림으로 더욱 넓고 깊게 확장된다.

망코보니는 재료 실험에도 골몰한다. 수채의 연약한 경쾌함과 과슈의 터프한 두께감, 연필의 미묘하면서도 섬세한 라인, 잉크의 암흑같은 미묘함을 모두 사랑한다. 그리곤 그 깊이와 밀도를 폭넓게 조율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공간을 표현한 드로잉작업 ‘투영(Projecion)’시리즈는 망코보니의 작업 중에서도 가장 건축적이면서도 지적인 작품이다.

프랑스 브르타뉴 출신의 망코보니는 현재 부르주국립예술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파리근교의 이브리 쉬르 센에서 작업 중이다. 그는 1990년대초부터 다양한 형태와 테마를 불연속적으로 보여주는 ‘…Etc…’시리즈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2010년에는 모빌 설치작품 ‘Révolutions’를 처음 시도했으며, 근래에는 이브리 쉬르 센에 ‘키오스크’ 건축물작업과 ‘Révolutions’ 설치작업을 병행하는 등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신세계갤러리 본점 전시는 4월 22일까지. 서울 전시가 끝난 뒤로는 신세계갤러리 인천점, 광주점, 센텀시티점으로 순회(5~9월) 전시된다. 02)310-1924 

[사진제공=신세계갤러리]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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