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국보급 센터’ 서장훈, 국보로 남다
26년 선수생활 접고 은퇴경기

프로서 경기당 25.4득점·14R
국내 최고 센터로 맹활약

절친 싸이 은퇴경기 시투 눈길





한국농구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큰 별이 코트를 떠난다.

서장훈(39ㆍ207㎝)이 은퇴한다. 국보급 센터, 한국 농구의 자존심 등 많은 별명이 따라다녔지만 ‘서ㆍ장ㆍ훈’ 이름 석자 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은 충분했다. 올시즌 프로농구 부산 KT에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웠던 서장훈이 19일 전주 KCC전에서 은퇴경기를 갖고 파란만장했던 26년간의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한국농구 최고의 스타였던 허재 KCC 감독과 은퇴경기에서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2004년 허재가 은퇴하며 한국농구의 한 시대가 저물었다면, 2013년 서장훈이 유니폼을 벗으며 화려했던 2000년대 한국농구의 르네상스도 막을 내리게 됐다.

서장훈은 단순히 뛰어난 선수였다고 말하기 어렵다. 한국농구에 진정한 정통센터가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이전에는 190㎝ 언저리의 선수들이 골밑을 지켜야했다. 신장으로는 국제무대에서 대결이 불가능했고, 영리한 두뇌플레이로 신장의 열세를 상쇄했다. 80년대 중반 한기범 김유택이 등장하며 2m 대의 수준급 센터를 만나게 됐다. 하지만 이들 역시 골밑을 평정하는 정통센터는 아니었다.

서장훈은 207㎝가 넘는 신장에 당당한 체격, 영리한 두뇌플레이를 갖춘 센터다. 여기에 슈터보다 뛰어난 슈팅력은 그를 넘볼 수 없는 최고의 선수로 만들었다.

휘문중ㆍ고교 시절 한 경기 50점을 쏟아붓는 ‘초특급 괴물선수’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고, 연세대로 진학해 연세대를 대학은 물론 실업팀들까지 제압하는 최강팀으로 만들었다. 당시 연세대의 라인업이 ‘농구대잔치의 아이돌’이라고 할 만큼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선수들로 구성됐지만, 서장훈이라는 센터가 다른 팀에 있었다면 농구대잔치 우승은 꿈꿀 수 없었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것이 사실상 서장훈 때문이라는 뒷얘기도 정설에 가깝다. 연세대 졸업을 앞둔 서장훈은 당시 모 실업팀 입단이 확정적이었고, 당연히 계약금도 역대 최고였다. 하지만 서장훈을 뽑는 팀이 10년 이상 우승을 독식할 것은 자명한 일. 결국 실업팀들이 출혈을 줄이고 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프로화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결국 서장훈은 연세대 졸업생을 우선지명한 SK에 입단하게 된다.

한국선수들과 차원이 다른 피지컬 능력을 보유한 용병들이 등장한 프로농구. 그러나 서장훈의 데뷔초 임팩트는 놀라웠다. 데뷔 첫해인 98~99시즌 쟁쟁한 용병들을 상대로 경쟁하면서 경기당 평균 25.4득점 14.0 리바운드를 기록한다. 서장훈은 그해 리바운드왕을 차지했고, 이는 16년 프로농구사에서 유일한 국내 선수 리바운드 1위 기록이다. 당시엔 용병도 2명이 뛰었다. 용병들을 상대로 리바운드 타이틀을 따내는 국내 선수가 또 나올 수 있을까? 7시즌 연속 경기당 20득점 이상을 기록했고 통산 1만3000득점이라는 대기록도 남겼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준결승에서 필리핀에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오른 한국은 아시아 부동의 최강팀 중국을 맞아 패색이 짙었으나 믿기지 않는 역전극을 연출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이후 20년만의 쾌거였다. 이 역시 야오밍, 후웨이동 등 한국엔 악몽같은 선수들이 버틴 중국을 상대로 거둔 대단한 승리였다.

서장훈은 선수로서 기량 뿐만 아니라 자신의 관리에 있어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기 중 예기치않게 입은 부상을 제외하면 거의 다쳐서 쉰 적이 없다. 또한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매 경기 신인선수를 능가하는 투지와 승부욕을 갖고 경기를 치렀다. 그에게 농구는 직업이라기보다 모든 것이었다. 한 순간이라도 대충하는 것을 자신이 용서할 수가 없었다.

선수로서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여겨질 때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했던 서장훈. SK와 삼성을 떠난 뒤에는 ‘저니맨’으로 불릴 만큼 여러팀을 옮겼고, 전성기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국보급센터 서장훈은 코트에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후배 선수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컸다. 김주성 오세근 등 서장훈의 뒤를 잇는 센터들은 서장훈의 모든 것을 보고 배우며 성장했다. 서장훈이 떠난 한국농구는 오랫동안 그의 빈 자리를 그리워할 것이다.

서장훈의 은퇴경기인 KCC전에는 친한 후배인 인기가수 싸이가 시투를 하기로 했다. 서장훈은 또 모교인 연세대에 발전기금 2억원을 전달한 뒤 21일 공식 기자회견을 끝으로 26년간 정들었던 코트와 이별을 한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