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부산하면 돼지국밥?…밀면도 있어예~
진구·사상구 일대 들어서면 한약재 육수 내음에 코가 취하고 비빔밀면 한입에 입이 호사…또다른 향토명물 베이커리 ‘옵스’엔 색다른 재미가 톡톡…
밀면만큼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도 없다. 여성이나 어린이는 비교적 덜 즐기는 곱창과 돼지국밥, 한 끼 식사라기엔 부족한 씨앗 호떡ㆍ떡볶이ㆍ오뎅을 빼고 나니 밀면이 남았다. 물론 미성년자에겐 권할 수 없는 금정산성 막걸리와 ‘좋은데예’ 소주도 제외. 부산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독특한 ‘부산 음식’을 먹어 봤거나 먹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하야, 떠나기 전 꿈은 원대했다. 거대한 ‘밀면 지도’를 그려오는 것. 쉽진 않았다. 한국 제2의 도시인 만큼 넓고 크기도 했지만, 밀면 말고도 미감을 자극하는 ‘맛’들이 가는 곳마다 손짓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밀면집은 어디?…“내(나)도 모른다”=“최고의 밀면집은 어디냐”고 물었다. 믿었던 ‘본토’인들은 영 쓸모가 없었다. 열에 아홉은 “아(아이) 때부터 먹어서 모르겠다. 집마다 맛이 다르닥카나(달라)?”한다. 업자(?)들은 ‘잘 아는 집’이나 교통이 편리한 곳을 추천했다. 의외로 도움이 된 건 1~3년쯤 잠시 부산생활을 하다온 ‘외지인’. 먹거리 넘쳐나는 도시를 만끽하기 위해 열심히 보고, 듣고, 먹으며 지냈을 터. 부산 진구를 중심으로, 동래구, 연제구, 사상구, 금정구 등지에 분포한 ‘맛좋은’ 밀면집을 알아냈다. 물론, 발빠른 ‘파워 블로거’로부터도 정보를 얻었다. 


▶피난민의 음식, 부산에서 꽃피우다=밀면은 한국전쟁 이후 부산 피난민촌에서 탄생했다. 북한 실향민들이 밀가루에 고구마 전분을 섞어 만든 밀면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육수에선 은근한 한약재가 풍겨 감칠맛 난다.

‘내호냉면’이 부산 밀면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상호명에서 그 뿌리를 알 수 있다. 함경북도 흥남 내호지역에서 ‘동춘면옥’을 운영하던 고(故) 정한금 할머니가 1950년대 후반, 피난민촌 입구에 가게를 차리며 밀면의 역사가 시작됐다. 찾아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가파른 언덕과 골목이 빽빽한 남구 우암동에 자리하고 있다.

진구의 ‘가야 밀면’과 ‘개금 밀면’은 부산 한 번 가본 적 없는 사람이라도 귀에 익을 만큼 유명하다. 비교적 덜 알려진 집을 원한다면 당감동이나 사직동, 수영동으로 가보는 것도 괜찮다. 의외로 해운대 인근에서도 맛있는 밀면집이 있다. 숙박시설이 운집한 해운대구 중동의 ‘밀면 전문점’은 인근 주민들 사이엔 잘 알려져 있음에도, 여행객들이 종종 놓치는 맛집 중 하나다.

처음 밀면을 먹는다면, 반드시 물밀면과 비빔면을 둘 다 시켜 먹어보자. 단 듯 하나 느끼하지 않은 양념. 한약재 향이 은근하게 풍기는 육수도 일품이다. 


▶빵 봉지 들고 다니는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성)’=‘밀면 정복’을 외치며 시작한 부산 여행은 의외의 곳에서 방향을 틀게 되었다. 눈에 띄는 저 노란색 비닐 주머니는 뭘까. 이 ‘미스터리’한 주머니를 들고 KTX를 타거나 호텔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20~30대 여성들이었다. ‘옵스(Ops)’다. 부산에만 있는 베이커리 브랜드. 이제 ‘외지인’들에게도 꽤 유명해졌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한 관계자는 여성 숙박객들 중 상당수가 체크아웃 때 이 ‘옵스’의 쇼핑백을 들고 있다고 했다. 베이커리가 있는 호텔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 하지만 이 관계자는 긍정적이었다. “관광의 재미를 높이는 요소잖아요. 결국 부산 관광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을 주는 거죠.” 짭쪼롬한 명란이 잘 발라져 있는 바게트, ‘학원전(학원 가기 전에 먹는 간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이 옵스의 명물이다. ‘토토로(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에 등장하는 캐릭터) 빵’ 등 아기자기한 디저트가 있는 ‘코트 도르’도 옵스와 함께 부산 베이커리 탐방의 대표 코스다. 코트 도르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건너왔다는 프리미엄까지 붙어 더욱 인기다. 부산에만 있다는 게 옵스와의 공통점. 여자들의 이 기이한 행각(?)을 전해들은 파라다이스 호텔의 한 남자직원은 박장대소 한다. “아, 그런 이유였어요? 왜 그렇게 빵봉지를 들고 댕기나(다니나) 했네.” 부산에서 빵 쇼핑이라니. 듣는 남자들은 ‘빵빵’ 터진다.

 
한국전쟁 이후 부산의 명물로 자리 잡은 향토음식 부산 밀면. 처음 밀면을 먹을 경우 물밀면과 비빔면을 함께 시켜먹어 보자. 단 듯 느끼하지 않은 한약재 향의 육수가 일품이다. 또한 부산에
만 입점해 있는 일본 베이커리 브랜드 ‘코트도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토대로 만든‘ 토토로 빵’.

▶부산미각 여행…마지막을 불사르다=돌아오는 날엔 부산역 인근 부평동 족발 골목부터 국제시장, 보수동 헌책방 거리까지 훑었다. 책을 샀느냐고 물으면 부끄럽다. 목적은 골목 어귀의 야채 크로켓. 부평시장에선 비빔 당면과 냉채 족발을, 국제시장에서 돼지국밥을 먹고 오후 늦게야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아, 잊을 뻔 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술’로 알려진 금정산성 막걸리와 부산 소주도 단계별로 맛보았다는 사실. 부산에 가본 ‘어른’이라면 기본 아이가(아닌가). ‘씨원’ㆍ‘즐거워예’ㆍ‘좋은데예’…. 부산 술 이름도 알아야쟤(지)!

부산=글ㆍ사진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