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 ‘건배사의 달인’ 윤선달의 지면특강…“건배사가 성공 인맥이죠”
유머넘치는 건배사를 통해 모두가 참여하는 즐거운 모임 가능

건배사는 배려, 때와 상황에 맞아야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 A씨는 요즘 고민이 깊다. 대기업으로부터 수주한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않아서다. 직원들 사기를 북돋고 팀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회식 자리를 마련해봐도 자꾸 잔소리만 하게 되면서 술자리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는다. 결국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모임을 준비하는 B씨는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 싶어한다. 중년에 접어 들어 처음 만나는 친구들에게 금슬 좋은 부부의 모습을 자랑하고 싶지만 짧은 시간에 인상을 강하게 남길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유머넘치는 건배사가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이끈다=윤선달(본명 윤복현ㆍ 52) 삼성와이즈 대표는 이같은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 “유머와 위트 넘치는 건배사가 답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자타 공인 ‘건배사의 달인’으로 통하는 윤 대표가 건배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친목을 위해 혹은 사업 상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함께 골프를 즐기는 이들이 정작 중간중간 그늘집에서 컬컬한 목을 축이면서도 서로 살가운 말 없이 데면데면한 것이 안타까웠다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건배사였다.

“라운딩 중에 3번 정도 그늘집에서 쉬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연장자부터 그날의 게임을 즐기고 서로의 운수대통을 빌어주는 건배사를 하면 분위기도 좋아지고 친밀감이 더 생기겠다고 확신했다”고 한다. 연장자나 모임 중 가장 비중이 큰 인물에게 첫 건배사를 부탁함으로써 명예를 높여주고 막내에게 피날레를 맡김으로써 신구(新舊)가 하나된 모습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탄생한 건배사가 ‘올해도, 파이팅. 올파(All Par)’, ‘올해도, 보람차고, 기분좋게. 올 보기(All Bogey)’, ‘올해도, 버팀목과, 디딤돌이 되자. 올 버디(All Birdie)’ 등이다. 특히 올 버디는 참석자 모두가 나이나 직책에 관계없이 친구(Buddy)가 되자는 의미도 담았다. 

 “건배사는 사랑이요, 배려”라고 말하는 윤선달 삼성와이즈 대표는 상황에 맞는 위트 넘치는 건배사가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한다고 믿는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2008년에 골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배사를 모아 ‘Fun & Joke 알까기 골프’ 1탄, 2010년에 2탄을 낸데 이어 재작년에는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가능한 건배사를 집대성한 ‘스토리텔링 알까기 건배사 200’을 펴냈다. 알까기 건배사는 매년 연말이면 은행 등에서 고객들의 송년모임 건배사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선물로 등장한다.

▶건배사의 목적은 배려=윤 대표에게 건배사란 ‘배려’다. 보통 각종 모임을 진행하다보면 목소리 큰 사람이 대화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한 마디도 못하고 술만 홀짝이다 돌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는 “개개인 모두에게 돌아가며 발언권을 주는 것이 바로 건배사”라고 힘주어 말한다.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적어도 건배사 한 마디는 하고 가야 다음 번에도 참석하게 된다는 것. “돌아가며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구성원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된다. 이것이 건배사의 매력”이란다.

각종 모임에서 그는 일단 사람들에게 춤이나 노래를 시켜본다. 물론 음주가무를 즐기는 참석자가 흥을 돋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부끄러워 하기 마련. 노래하길 주저하는 사람에게 노래 대신 건배사를 부탁하면 부담없이 자신만의 건배사를 선보인다고. “어떤 누구에게나 유머와 위트의 센스는 감춰져 있다. 조용히 앉아있던 사람에게 건배사를 부탁하면 나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사람들이 하나씩 꺼내놓은 건배사를 모으고 상황에 맞게 유머를 섞어 응용한 것이 그의 비결이다. 


▶때와 장소를 가려라=그에게 ‘좋은 건배사’란 무엇인지 물어봤다. ‘때(time)와 장소(Place), 모임의 목적(Object)에 맞는 건배사’란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 공공단체의 유력인사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가지고 오해를 살만한 건배사를 했다가 곤경에 처한 사건은 상황과 맥락을 살피지 않는 유머가 가지는 위험성을 보여준다. “‘오래오래, 바라는대로, 마음먹은대로. 오바마’, 이렇게 했더라면 외교적 결례도 피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들었을 때 얼마나 흐뭇했겠나”라며 안타까워했다.

건배사에 담긴 유머감각도 상황에 맞아야 위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부부동반 모임에서 그는 술을 못하는 부인들에게 사이다를 권한다.‘사랑과 우정을, 이 한 잔에 담아, 다같이 원샷. 사이다’라며 결국은 술 한잔을 권하는 것. “억지로 강권하지 않아도 즐거움에 한잔 정도는 마시게 된다”고 그 의미를 설명한다. 만약 남편이 부인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면 ‘사랑합니다, 이 생명 다 바쳐, 다시 태어나도. 사이다’가 좋단다.

간사로 일하는 모임이 10개가 넘고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번호만 4000개가 넘는다는 그는 광범위한 인맥을 자랑한다. 그의 책 표지는 만화가 이현세 씨가 그려줬고, 개그맨 전유성 씨와 표영호씨가 그의 유머감각을 코치해준다. 프로골퍼 임진한 선수와 함께 정재계 유력인사들과 골프 강습 시간도 수시로 갖는다. 그럼에도 수많은 유명인사 중에 아직 개성있는 건배사를 잘 구사하는 인물이 드물다는 점이 그를 안타깝게 한다. 그는 “이제 유머감각은 한 조직의 리더 뿐 아니라 구성원 모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건배사는 유머감각을 효과적으로 기를 수 있는 방법”이라며 다양한 건배사의 향연이 펼쳐지길 기대했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