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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의 흐름속…시인 꽃이 되다
“바야흐로 만개한 흰 구름장 같은/벚꽃이 숨을 막히게 한다/벌들이 잉잉거린다”(벚꽃)

소설가이자 시인 한승원의 다섯 번째 시집 ‘사랑하는 나그네 당신’(서정시학)은 온통 꽃잔치다. 청홍매화부터 복수초ㆍ수선화ㆍ안개꽃ㆍ달개비꽃ㆍ꽃무릇꽃ㆍ과부꽃ㆍ들깨꽃까지 수십편이다. 꽃을 내세우지 않은 시도 꽃 한 자락 걸치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꽃향기가 가득하다.

한 시인의 꽃 예찬은 특별한 게 아니다. 땅끝마을에 자리잡은 그의 집이 기실 꽃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을 떠올리면 ‘꽃시’는 꽃과의 일상적 대화임을 알게 된다.

“토굴 마당의 암녹색의 철쭉나무 숲에서 황금색 꽃/한 송이가 설탕가루 같은/잔설에 젖은 흑갈색의 낙엽들을 헤치고 애처롭게 나/를 쳐다본다//(…)//그 복수초꽃에서 새 울음소리가 들린다/겉보리 닷 되 겉보리 닷 되”(복수초꽃)

시인은 복수초꽃의 애잔함 속에서 서러운 전설을 떠올리고, 청매화 피면 오는 맹꽁이 배낭에 포도송이ㆍ초콜릿ㆍ블루베리ㆍ사랑 가득 넣어 짊어지고 오는 천사 같은 손님을 기다린다.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는 해와 달과 번개와 우레, 소나기와 풀과 벌레가 만들어내는 일대 화엄의 세계로 인도한다.

한 시인은 어느 산문에서 “지상의 아름다움의 경지에 이르기 위하여 목숨도 바치는 것이 시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은 그런 뜨거운 목마름을 담아냈다.

그는 ‘시인의 말’에 “무한한 시간의 모래 위에 유한한 시간인 내가 만다라를 그리는 것은 무엇일까. 밀물이 밀려오면 지워질 그 만다라는 시간에 먹히지 않고 시간을 먹고 싶은 나의 탐욕일지도 모른다”고 썼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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