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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화 속에서도 피아노 연습을… 막심, 오는 10월 내한공연

포화 속에서도 연습한 피아노,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막심

20년 전 이야기지만 크로아티아 출신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38ㆍMaksim Mrvica)의 유년시절은 피아노, 그리고 포성과 함께 했다. 1990년 초 크로아티아는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해체돼 독립하는 과정에서 내전을 겪어야 했지만 동유럽의 이 작은 나라는 전쟁통에도 특별한 피아노 연주자를 배출해냈다.

지난해 12월 ‘더 무비스(The Movies)’음반을 발매하고 쇼케이스를 가진 막심이 중국, 타이완 등 아시아 투어를 마치고 3개월만에 다시 내한했다. 막심의 방문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그는 이미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그렇지만 한편으론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연주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서울 JW매리어트 호텔에서 만난 막심은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해 담담하게 얘기했다.

“15살때였습니다. 공습을 피해 지하에 숨어야만 했고 전쟁은 4~5년 동안 지속됐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살았죠.”

9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그는 전쟁통에 음악학교가 모두 문을 닫았지만 학교 지하에서 선생님과 연습을 계속했다. 그는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저희 집 1층에 피아노가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적과 가까워서 위험했어요. 집 근처에 폭탄이 떨어지기도 했고 집 유리창이 전부 다 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적응이 됐는지 폭탄이 떨어지는데도 피아노 연습을 했었어요. 그게 일상이었죠.”



전쟁중에도 자그레브에서 열린 콩쿨에서 우승했고 사람들은 그가 전선과 가까운 시베닉에서 왔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이후의 삶은 알려진 대로다. 톤치 훌지크가 푸른색 머리로 염색한 괴짜 막심을 프로듀서 멜 부시에게 소개했고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란 타이틀을 달고 전세계를 누비며 활동중이다. 톤치 훌지크의 눈에 띄기 전 막심은 몇 번의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도 했고 클래식 콘서트도 열었었다. 레이저 쇼나 벽에 영상을 상영하기도 하며 팝 콘서트같은 공연을 해 왔기 때문에 주목받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EMI, 멜 부시와 함께 하기 전 제 첫 앨범은 크로아티아 명문시집을 컨템포러리 음악처럼 연주한 것이었어요. 아방가르드 음악 연주를 좋아했는데 컨템포러리는 그 때가 처음이었죠. 그 앨범으로 포린 어워드에서 상을 수상했습니다.”

지난해 발매한 앨범 ‘The Movies’는 벌써 7번째 앨범이다. 여기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미션 임파서블’, ‘대부’ 등의 영화음악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한 12곡을 담았다.

영화 ‘대부’가 가장 인상깊었다고 말한 그는 어릴적 ‘대부’에 대한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 영화 광팬입니다. ‘대부’ 같은 영화는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봤던 기억이 있어요. 10살때 정도였나,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부모님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서 깜짝 놀랐죠. 원래 같이 영화를 잘 보시는 분들이 아닌데 그래서 더 놀랍고 기뻤던 것 같아요. 너무 어릴때 봤지만 그 인상은 깊게 남아있습니다.”

이번 앨범도 타이틀곡은 ‘대부’의 주제곡이다. 앨범 제작과 함께 공개한 뮤직비디오는 멋진 풍광과 잘 어우러지는 ‘대부’를 발견할 수 있다.

“영국 동쪽에 있는 콘월 지방의 ‘랜즈엔드(Land’s End)’에 있는 미낙극장에서 촬영했는데 경치가 멋있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영국 로열발레단 소속 발레리나들이 참여했고요. 너무 낡은 극장이라 오르내리는 계단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피아노도 분해해서 사람들 몇 명이 들고 오르내렸죠.”

지난 1월까지 아시아 프로모션 투어를 마친 그는 이번 내한 프로모션에선 서울패션위크 장광효 디자이너의 패션쇼에 게스트로 참석했고 VIP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공연만 진행했다. 막심은 “오는 10월 1일부터 한국투어를 할 것”이라며 “이번엔 밴드와 함께 색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세계를 누비며 수많은 콘서트를 해 온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언제였을까. 막심은 고향 시베닉에서의 콘서트와 런던에서 있었던 월드 프리미어를 꼽았다.

“첫번째 세계투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바다 한가운데있는 요새에서 콘서트를 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횃불로만 조명을 썼는데 정말 멋진 콘서트장이었죠.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공연은 런던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였는데 첫 앨범 피아노 플레이어를 발매하고 런던의 라운드하우스에서 공연했습니다. 전세계 EMI디렉터들이 다 참여했고 외신기자도 700명이나 왔죠. 크로스오버 연주는 처음이라 그것도 부담이었습니다.”

막심은 8살때 처음 피아노에 앉았다. 음악학교에 다니고 2년이 지나도록 피아노가 없어 친구집에서 피아노를 쳤다. 막심의 아버지는 엔지니어, 어머니는 신발판매원이었다. 삼촌, 사촌들도 음악하는 사람들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 주변사람들은 다들 신기해했다. 지금도 콘서트에 가족을 초청하면 다들 지루해하고 아버지와 형제들은 연습하지 말라고 돈까지 준 적도 있었지만 어머니만은 항상 그의 콘서트에 와줬다.

“피아노가 그냥 좋았다”는 막심. 피아노를 통한 클래식, 크로스오버와의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음악의 경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는 두 종류의 음악을 접목시키는 시도는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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