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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업 투자 압박만 말고 여건부터 만들라
국내 30대 그룹이 4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149조원을 투자하고 12만8000명을 고용한다는 계획서를 내놓았다. 삼성 49조원을 비롯해 LG, SK, 현대차 4대 그룹만 해도 100조원이 넘는다.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사상 최대 규모다. 경기회복과 일자리 확충이 시급한 정부로서는 이 같은 기업들의 투자가 천군만마(千軍萬馬)보다 더 반가울 것이다.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가 없으면 그나마 2%대 성장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난해는 올해보다 많은 151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 등의 이유로 실제로는 132조원 집행에 그쳤다. 장밋빛 계획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기업들이 차질없는 투자와 고용을 진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이 너무 관치적이고 고압적인 게 문제다. 윤 장관이 이날 “정부가 목표한 고용률 70% 달성과 중산층 70% 복원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우회적 압박이다. 정부와 경제단체, 30대 그룹이 함께 ‘민관합동 투자ㆍ고용협의회’를 구성하자는 것 역시 계획 실행 여부를 직접 점검하겠다는 의도다.

투자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기업의 몫이다. 여건이 성숙되면 빚을 끌어서라도 투자를 늘리는 게 기업의 속성이다.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는 지난해 기업들이 금고에 현금을 잔뜩 쌓아놓고도 왜 계획보다 투자를 덜 했는지 원인을 따져보고 그 걸림돌 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게 맞는 역할이다.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를 주저하는 데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북한발 안보 불안 등 외생적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중소기업 중시 정책, 지나치게 과민한 경제민주화 바람 등이 몸을 사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다. 기업들이 절박하게 요구하는 투자세액 공제범위 확대 등 세제 지원과 각종 규제부터 대폭 줄여야 한다. 서민 생계 안정을 위한 골목상권 살리기도 중요하지만 대기업과의 정책적 균형도 생각해야 한다. 획기적인 지원과 규제 개선으로 외국으로 빠져나간 생산설비를 국내로 유턴시킨다면 성장과 고용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 역시 어려운 여건에서도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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