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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있는 명소] 고창 청보리밭①--4월 어느 봄날 ‘초록추억’에 물들고 싶다
 [헤럴드경제=고창]푸른 초원과 하늘이 배경으로 활짝 열리는 컴퓨터 바탕화면, 그런 초원을 거닐고 싶지 않은가.

눈이 시릴 정도로 파릇한 초원, 그 완만한 지평선 너머에선 봄바람을 타고 보리 내음이 달려온다. 보리 내음, 아직은 풀냄새였지만.

약간 아래쪽에서 구릉지쪽을 바라보면 이 세상엔 딱 두가지 밖에 없다. 파란 하늘과 청보리 초원. 어느게 땅이고 어느게 하늘인지, 그 둘의 경계를 아주 완만한 S라인 구릉지가 살며시 구분지어 준다.

어느 봄날, 청보리밭의 추억.

하늘과 땅의 경계선, 오로지 푸르름만 있는 그 곳, 고창 청보리밭의 유혹은 상큼했다. 본 이상 떨쳐버릴 수 없었다. 도시민의 답답한 가슴 속을 활짝 열어 제쳐주는 고창 청보리밭으로의 여행을 떠났다. 선운사와 복분자로 유명한 전라북도 서해안에 위치한 고장이다.

광활한 보리밭이 평평한 논에 펼쳐져 있었다면 밋밋했을텐데, 아름다운 멜로디 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의 선율이 적절히 어우러진 고창 청보리밭은 그래서 전국 대표 청보리밭으로 자리매김했다.

보리나라 학원관광농원이 운영한다. 고(故) 진의종 국무총리의 장남 진영호 대표가 일궈오면서 전국민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진 대표는 고창청보리밭 축제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학원관광농원 진영호 대표가 농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사실 이런 내용까지는 모른 채 찾아갔다. 그냥 청보리밭이 좋았고, 매년 떠들썩했던 청보리밭 축제 소식을 접해왔던 터라 이번에는 꼭 찾고 싶었던 명소였던 것이다. 그저 모처럼 푸르름에 몸과 마음을 맡겨 힐링하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3월 마지막날 찾은 보리는 아직 한 뼘 정도의 키. 이 작은 보리싹이 이래봬도 두 살이다. 작년 늦가을에 태어나서 눈 속 겨울을 숨죽인 채 보낸 뒤 봄기운을 머금고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 그리고 불과 3주일 후면 다 자라 이삭이 팬다. 보리가 가장 예쁘게 보일 때가 바로 4월말~5월초라고 했다. 이 때를 기다리는 전국 관광객이 적어도 50만명이나 된다. 매년 그렇게 찾았으니까.

키 1m 가량으로 다 자란 보리가 바람에 일렁거리는 물결도 좋지만, 필자가 찾은 지금의 모습도 전혀 부럽지 않은 경치다. 완만한 경사지에 펼쳐진 푸른 초원과 하늘과의 조화를 두 눈에 꽉 채워준 이 그림,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구릉지 아래쪽에서 위쪽을 바라보면 마치 컴퓨터 윈도 바탕화면의 그 초원과 똑 같은 모습이다. 초대형 컴퓨터를 켜 놓은 느낌이랄까.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안구정화’ 그 자체다.

눈이 시릴 만큼 푸른 청보리밭. 구릉지를 향해 걷다보면 컴퓨터 윈도 화면 같은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청보리밭, 내가 걸으면 길이 된다.


다 큰 보리밭 사잇길 거니는 것 못잖게 어린 보리밭에 들어가 거니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다. 내가 걸으면 그게 길이다. 초원을 마음껏 거닐 수 있어 좋은게 바로 이 무렵이다.

필자는 전날 선운사에서 만난 강복남 해설사 선생님과 함께 농원을 찾았다. 강 선생님은 이날 바쁜 일정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주셨다. 우리는 먼저 소나무 한 그루 있는 곳으로 갔다. 농장 한쪽에는 오래 전부터 사진작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소나무 한 그루가 외로이 서 있었다. 역설적으로 외로이 서 있어서 더 아름답게 보였다. 원래는 두 그루였는데 몇 해 전 한 그루가 죽었다고 했다. 주변은 유채꽃을 심었는데 아직 어렸다. 조만간 노란 유채꽃과 푸른 소나무의 환상적인 조화도 또 ‘그림’이 될 것 같다.

청보리밭 옆 외로운 소나무. 이제 곧 새 짝을 찾게 될 것 같다.

소나무 한 그루를 놓고 이 방향 저 방향에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밭의 흙이 드러나 최상의 촬영 피사물은 못됐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좋았다.

오전 10시경이라서 그런지 아직 많은 관광객은 없었다. 우리 앞에 승용차 3대가 와 있을 정도였다.

소나무 유채밭을 돌아보고 다시 청보리밭 구릉지로 향했다. 함께 이어져 있다. 저 멀리 구릉지 위에 둥근 원통형의 건물이 보였다. 물탱크를 정비해 전망대로 만든 것으로 이 또한 청보리밭과 잘 어울렸다. 사진 촬영에 부제로 끌어들여 찍어도 좋을 만 했다. 

청보리밭 구릉지.

공기좋은 시골에서 보리의 풀 냄새를 맡으며 밭을 걷노라니 기분이 아주 상쾌해졌다. 사람도 덜 붐비는 일요일 오전이라서 더 좋았다. 늘 바쁘게만 살아온 필자가 청보리밭에서의 한가한 휴일을 이렇게 보낼 수 있다는게 너무나 고마웠다.

구릉지 너머 중턱엔 원두막도 하나 있었다. 위치를 잘 잡으면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다. 필자도 ‘그림 같은 초원 위의 원두막’ 사진을 수없이 찍었다. 강 선생님은 적극적으로 모델이 돼 주셨다. 찍는 자세를 이래저래 잡다보니 보리밭에 아예 배를 깔고 엎드려 포복도 해야 했다. 보리 싹 냄새, 제대로 맡았다. 어릴 때 맡았던 냄새 그대로였다. 보리는 그 몇 십년 변치 않고 있었다.

청보리밭 풍경 이모저모. 한쪽 언덕을 넘어서면 고즈넉한 가로수길도 있다.

(내용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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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 청보리밭축제 : 올해 10회째를 맞이한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청보리밭, 그 이야기 속으로’를 주제로 4월 20일~5월 12일까지 열린다.

난타 등 공연행사와 즉석 노래자랑, 다양한 포토존, 보리식품 체험 및 시식회, 청보리 사잇길 승마 체험, 시골길 자전거 타기, 민속장터 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진 대표는 10회 축제를 기념하는 차원으로 올해 청보리축제와 가을 메밀꽃 잔치 사이에 해바라기꽃 동산도 가꿀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실험은 마친 상태다.

하지만 보리—해바라기—메밀로 이어지는 3모작이 좀 무리가 따른다고 했다. 서로 수확과 파종이 겹쳐져 어려움은 있지만 올해 만큼은 보답의 차원에서 보리 추수를 마치자 마자 해바라기꽃으로 관광객들에게 멋진 경관을 선사할 예정이다.

해바라기꽃을 보여주기 무섭게 다시 뽑아내고 메밀을 심어야 해서 쉬운 일은 아니다

축제와 함께 선운산 도립공원, 고창고인돌 유적지 등과 연계해 관광하면 좋다.

글ㆍ사진=남민 기자/suntopi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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