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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4월 연극 영화 무대 중심에 서다
어느 시골길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누군가를 기다린다. 기다림이 언제부터였는 지, 그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채 둘은 종일 부질없는 대사와 동작을 주고받는다. 샤무엘베케트의 유명한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다. 수십, 수백번은 더 반복됐을 이 연극이 11일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엔 뇌병변, 소아마비 등 복합 장애인의 연기로 재탄생했다.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공연계, 영화계는 앞다퉈 장애인을 맨 앞에 내세우고 있다. 장애인이 주역을 연기하는 공연, 시각장애인을 위해 별도의 해설 내래이션을 넣은 ‘배리어프리(barrior-free)’ 버전 영화 제작이 잇따르고 있다.

장애인 극단 애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올해로 4번째다. 2010년 ‘장애인의 몸짓으로 풀어낸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시작해 매해 정기공연을 해 왔다. 올해는 대학로 소극장 선돌극장의 지원으로 20일까지 아흐레 동안 관객을 만난다. 장애인 시각으로 풀어낸 이 극은 비장애인에게도 ‘고도를 기다리며’를 온전히 감상하는 데 손색없는 한 편이다. 오히려 장애인 특유의 느린 호흡과 리듬은 ‘기다림’의 상황을 극대화시켜 관객을 극에 빠져들게 한다. 연출가인 이연주 감독은 “비장애인 관객이 처음엔 당황스러워 하고 불편해하다가 극이 진행되는 동안 몰입하면서 불편하지 않게 본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장애인 연극은 삶을 밝게 그리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장애니 비장애나 예술과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똑같아 고전을 택했다”고 말했다.
 
 영화 ‘전설의 주먹’의 배리어프리 버전 상영 장면.

프랑스 현대무용 안무가 제롬 벨이 만들고 스위스 호라극단의 지적장애인 배우가 출연한 ‘장애극장’은 11~12일 이틀간 대전에 있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으로 무대를 옮겼다. 지적장애인 10여명이 만들어내는 몸짓을 무용으로 승화시킨 이 공연은 지난 6일 서강대 메리홀대극장에서 초연될 땐 만석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스크린에선 한국영화 ‘전설의 주먹’ ‘7번방의 선물’을 장면 해설과 자막을 넣은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만날 수 있다. 관객수 1200만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의 배리어프리 버전은 이환경 감독이 진두지휘했다. 내래이션을 배우 차태현에 맡겼다.

CGV는 이 달 전국 17개 극장에서 ‘전설의 주먹’을 화면해설과 자막을 입혀 상영한다. 오는 16일엔 CGV왕십리점에선 출연배우인 강성진, 영화평론가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가 시청각장애 영화팬과 촬영 뒷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장도 마련된다.

최선희 배리어프리위원회 제작담당 PD는 “국내선 2011년부터 시작된 ‘배리어프리’ 제작은 첫해 2편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단편 1편 포함 13편으로 늘었고, 올해는 모두 16편이 극장에 걸릴 예정이다. 기존 성우나 아나운서의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해설을 넘어, 해당 영화를 만든 감독이 개입해 제2의 창작물을 만드는 추세로까지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최 PD는 또 “영국에선 헐리우드 배급 영화의 80%를 영어자막과 함께 화면해설을 넣어 배리어프리한 버전을 만든다. 우리는 편수가 작고 아직 갈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극단 애인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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