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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 먹고사는’ 글쟁이의 비법
끊어쓰기, 메모하기, 생각 숙성하기....
“글은 자아의 노출이다. 그것도 불특정 다수 앞에 발가벗겨지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글쓰기가 두렵다.(중략) 동시에 사람들은 글쓰기를 갈망한다. 그것은 불멸에 대한 동경이다. (중략)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내가 죽고 난 다음까지 나를 알릴 것이다.” (p33)



[북데일리] <나는 어떻게 쓰는가>(시네21북스. 2013)는 영화평론가 김영진, 카피라이터 손수진, 시인 유희경, 동화작가 김중미, 미술평론가 반이정 등 13인의 글쓰기 노하우를 전하는 책이다. 전업 작가부터, 직업상 어쩔 수 없이 글을 써야하는 변호사 정인진, 목사 김진호의 글도 포함되어 있다.

신문기자 생활만 18년을 하고, 픽션과 논픽션을 다 써 본 칼럼니스트 임범. 마감이 다가오면 ‘원인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며, ‘소재를 못 찾아 마감 전날 밤을 꼬박 새거나, 잠을 청해놓고 악몽에 시달’리고, ‘여드름 짜고 코털 깎고, 안 하던 청소를 하고’ 난 뒤에야 글을 쓰기 시작한다. 백여 권의 책을 출간한 번역가 성귀수. 그 역시 ‘하루 종일 한 페이지도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괴로워한다.

이중 십수 년 동안 기사를 써온 기자 안수찬도 마찬가지다. 그가 ‘기사를 어떻게 쓰는가’ 자세히 들어보자.

“지금 하얀 모니터에 검은 커서가 깜빡인다. 뭘 써야 할지 막막하다. 빚쟁이처럼 아우성치는 커서를 오른쪽 끝으로, 저 아래로 밀어붙여야 글이 된다. 그 압박은 누군가를 밤새게 만들고 누군가를 술 마시게 한다.” (p36~p37)

이때 그의 해결책은 ‘끊어 치기’다. 즉, 더 이상 줄일 수 없을 때까지 모든 문장을 단문으로 줄인다. 한마디로 짧고 간결한 문장을 쓰는 것. 문장을 끊어 치면, 리듬을 담을 수도 있다며 자신의 글을 인용한다.

“늦었다. 뛰어간다. “신분증 좀 봅시다.” 경찰이 막는다. 없다. 급하게 나오느라 주민등록증을 빠트렸다. 촛불집회가 열린단다. 나는 거기 안 간다. 성질급한 B형 그녀가 저기 교보문고 앞에서 눈을 부라리며 서 있다. 이건 중요한 데이트다. 하소연한다. ”그럼, 가방 좀 볼까요.“ 승낙도 하기 전에 손부터 집어넣어 뒤적인다. 코끼리 그려진 콘돔 두 개 삐져나온다. 시청 앞 지하철역 출구에 늘어선 전경들이 킥킥댄다. 이런 십장생이 게브랄티 먹고 지브롤터해협에서 염병하는 일은 10년 전, 대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다. 이빨 물고 신음하는 당신, 끝내 오도카니 서 있다 돌아갈 작정인가?” - <쫄지마! 실전 매뉴얼이 여기 있잖아 - 불심검문 대처법>, <<한겨례21>> 제769호 (p39)

또한 그는 ‘찰나의 순간, 한마디의 말, 얼핏 스쳐간 표정’ 등 자신이 실제로 몰입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그걸 기사에 ‘전략적으로’ 배치해 쓴다. 이어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말에서 탁월한 문장을 찾는다’, (사건, 사고, 인물의 본성을 꿰뚫어보는) ‘통찰을 담으려 애쓴다’고 말한다.

특히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취재했을 당시, 그는 글로 옮겨 적으며 많이도 울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게 쓴다’는 생각을 일부러 고수했다. ‘글 가운데 가장 높은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인데, 그런 성취를 이뤄내려면 ‘철저히 담담하게 써야한다’는 것.

“울리고 싶은가, 울지 마라. 웃기고 싶은가, 웃지 마라.” (p55)

이와 함께 보통 도입을 ‘인상적으로’, 마무리는 ‘그럴듯하게’ 쓰려고 애쓰다 형용어구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검박한 도입과 마무리가 가장 좋다’고 권한다.

또한 책을 통해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이나 습관에 대해 알 수 있다. 카피라이터 손수진은 대중, 즉 독자의 욕망을 파악하기 위해 온갖 매체를 탐독하고, 철학자 최훈은 글쓰기 재료를 찾아 메모를 습관화하며, 칼럼니스트 임범은 한번 든 생각을 오래 묵혀 숙성시킨다.

글쓰기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저자들이 여러 직업 현장에서 써낸 글들을 통해 제시하는 방법대로 실천해 보면 어떨까. 안수찬의 말처럼 이 책은 ‘글쓰기의 공포와 열망을 갖춘 사람 누구에게나 작은 영감이 될 수’ 있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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