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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보면 재밌는 스포츠 사인 전쟁
몸과 몸이 부딪히고 뜨거운 함성이 가득찬 격렬한 스포츠 현장에도 ‘은밀한 암호’는 존재한다. 바로 그라운드와 코트 위의 비밀 언어 ‘사인’이다. 사실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에서 감독과 선수 간의 사인은 존재한다. 그 가운데서도 경기 중 직접적인 지시 대신 대부분 사인으로 작전과 전술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종목이 야구와 배구다.

프로야구의 사인은 덕아웃의 감독에서 시작된다. 공격 시엔 감독→3루 주루코치→타자 또는 주자로 이어지는 사인 루트를 거치고, 수비 땐 감독→배터리코치→포수→투수, 감독→수비코치→야수진의 순서로 작전이 전달된다.

사인의 종류와 수는 무한하다. 당연히 매 시즌, 팀 별로 다양하게 변화하고 진화되고 있다. 프로야구 TV중계에서 가장 현란한 몸동작을 하는 이는 3루 주루코치다. 특히 주자가 나가 있을 땐 타자에게 모자 챙, 귀, 코, 어깨, 팔, 손 등 몸의 구석구석을 만지는 긴 수신호로 벤치의 작전을 전한다. 일정한 틀을 만들어 그 안에서 내는 블록사인, 몸을 스치듯 내는 플래시사인, 특정 부위를 만지는 터치사인 등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키(key) 사인과 캔슬 사인을 약속한다. 예를 들어 모자 챙이 키 사인이고 코를 만지는 것이 캔슬 사인이라면, 아무리 많이 여기저기 만지고 박수를 치더라도 코 한 번 만지면 그 전의 사인은 다 페이크가 된다. 키 사인 한 번은 히트 앤드 런, 두 번은 번트, 세번은 스틸 등의 약속으로 작전을 수행하도록 한다.

포수 역시 손가락 수와 모양으로 투수에게 사인을 보낸다. 상대팀의 1,3루 코치에게 들키지 않도록 양쪽 무릎으로 최대한 가린 채 투수와 내야수들에게 사인을 전한다. 직구, 커브, 체인지업 등 구종에 따라 펴는 손가락 수를 다르게 하는데, 사인 노출에 대비해 ‘손가락 두 번 편 뒤의 사인이 진짜’ 식으로 연속사인을 내기도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9이닝을 기준으로 한 경기에 오가는 사인이 평균 1000여건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엔 가능한 한 사인을 단순화하고 종류를 줄이는 추세다.

심재학 넥센 히어로즈 작전주루코치는 “예를 들어 3루 코치가 타자에게 보내기번트 사인을 냈는데 잘못 알아들어 히팅 후 홈런이 되는 경우가 있다. 결과적으론 잘 됐을 수도 있지만 엄연한 작전 실패다”며 “요즘은 사인 노출보다 사인 미스가 더 큰 문제여서 4~5가지 정도로 쉽고 간단하게 사인을 만드는 추세다. 같은 이유로 경기 중 사인을 자주 바꾸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배구에선 ‘코트의 사령관’ 세터가 공격수들에게 사인을 전달한다. 상대팀에 보이지 않게 손을 뒤로 숨겨 수신호로 각자의 위치와 전술을 전한다. 세터가 엄지와 검지로 L자 모양을 만들면 레프트 공격, 검지 하나만 들면 시간차 공격, 엄지를 들어 흔들면 A퀵(속공)을 한다는 식이다. 세터의 엉덩이 위에서 사인이 이뤄지기 때문에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프로야구와 마찬가지로 배구에서도 간혹 사인 훔치기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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