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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김광석·이문세 등 히트송 뮤지컬로 편곡…중장년층엔 향수·젊은층엔 감성충전 통해 색다른 울림선물
노래하는 음유시인 김광석, 포크송의 대모 양희은, 발라드의 대가 이문세. 한국 대중가요사에 한 획을 그은 가수들의 명곡이 올봄 공연가에 색다르게 울려 퍼지고 있다. 노래를 뮤지컬 넘버로 바꿔 극화한 주크박스 뮤지컬 무대에서다.

고(故) 김광석의 노래 26곡을 재편곡한 ‘그날들’은 지난 4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 개관작으로 올려진 뒤 1990년대를 추억하려는 중장년의 발길을 꾸준히 불러들이고 있다. 변덕스러운 봄날씨에도 평일 저녁에도 객석은 꽉 찬다.


드라마를 통해 ‘국민 남편’ 별명을 얻은 유준상, 뮤지컬배우 흥행 보증수표인 오만석에 지창욱, 오종혁 등 인기 스타가 출연, 대중성을 갖춰서다. 간판스타 배우나 김광석이란 이름 석 자에 이끌려 공연장을 찾은 관객은 역동적인 군무와 합창, 다채로운 무대 변화 등 볼거리에 매료될 것으로 보인다.

극은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1992년 묘령의 여인을 경호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정학과 무영의 우정과 사랑, 20년 뒤에 청와대 경호부장이자 고등학생 딸을 둔 아버지가 된 정학의 현재 이야기가 중첩된다. 정학은 짝사랑하던 ‘그녀’가 무영과 사라지자 우정에 금이 가고 무영과 그녀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권력에 어쩔 수 없이 굴종하면서 상처를 입게 된다. 베일에 가려 있던 무영과 그녀가 사라진 그날의 수수께끼를 현재와 과거 시점을 오가며 쫓아가는 구성이다.

장유정 연출은 회전 원형 무대와 실커튼을 활용해 1992년대와 현재를 자유롭고 변화무쌍하게 오가는 방식을 택했다. 실커튼은 모두 6장이 쓰이는데, 3세트가 한꺼번에 내려오기도 한다. 장 연출은 “역사와 상황에 따라 밀려오고 밀려가는 개인을 다루기 위해서 회전무대와 실커튼을 썼다. 과거가 명확하지 않고 아련하게 추억되듯, 실커튼으로 겹겹이 싸여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1980~90년대 문화 향수를 대놓고 자극하는 기획물인‘ 젊음의 행진’(왼쪽)과 음유시인 故 김광석의 노래 26곡을 재편곡한 뮤지컬‘ 그날들’의 한 장면.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김광석의 대표곡은 큰 변화 없이 쓰였지만 ‘부치지 않은 편지’ ‘먼지가 되어’ 등은 과감히 편곡됐다. 김광석 노래는 모두 26곡이 쓰였는데, 해석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지만 김광석 노래를 추억하고 싶은 관객은 실망할 수도 있다. 가사에 맞춰 불필요한 장면을 넣은 듯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반면 김광석 노래를 바탕으로 한 또 다른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5월 19일ㆍ아트센터K 네모극장)은 어쿠스틱 뮤지컬이란 소개답게 콘서트에 가까운 형식이다.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가수 꿈을 키운 그룹사운드 이야기가 전개된다. 통기타, 하모니카, 젬베, 건반 등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한다. 20곡이 원곡에 가깝게 소화되는데, 배우의 가창력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희은 노래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것들’(~6월 2일ㆍ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역시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했다. 양희은이 직접 출연하고, 그가 라디오 프로그램 공개방송을 진행하듯 진행된다. ‘아침이슬’ ‘상록수’ ‘아름다운 것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등 양희은의 대표곡 20여곡이 나오고, 이 중 10여곡은 양희은이 직접 부른다.

‘젊음의 행진’(~6월 23일ㆍ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은 1980~90년대 문화 향수를 대놓고 자극하는 기획물이다.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 이문세의 ‘깊은 밤을 날아서’,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김건모의 ‘핑계’, 신해철의 ‘그대에게’ 등 30대 이상이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로 구성된다.

이문세와 콤비를 이뤘던 작곡가 고(故) 이영훈의 노래로 엮은 ‘광화문 연가’(5월 21일~7월 7일ㆍ숙명아트센터 씨어터S)는 2011~2012년 성공에 이어 재공연된다.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은 “아바의 노래로 엮은 ‘맘마미아’의 영향이 컸고, 창작 뮤지컬로 광화문연가가 예상 밖으로 흥행하면서 주크박스 뮤지컬이 쏟아져 나왔다”며 “일부는 흥행 수입에 기댄, 안이한 기획도 있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드라마가 약한 측면이 있고 억지스럽기도 한데 그런 한계를 깨려는 시도도 보인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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