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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떼들의 힐링섬, 남해
남해양모리학교 빼어난 풍광 덕에 남해군 새 명소로 부상…목장 찾은 어린새싹들 양치기개 재롱에 까르르~
“제프! 히어(Hereㆍ여기), 워크(walkㆍ걸어)! 워크! 라이 다운(Lie Downㆍ엎드려), 라이 다운.”

언덕 아래서 어슬렁거리던 검은 색 보더콜리 한 마리가 날렵하게 몸을 움직인다. 초원 위의 양은 풀을 뜯다 말고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한다. 보더콜리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표정을 짓자 잽싸게 몸을 돌린다. 한두 마리가 앞서 달리는가 싶더니 이내 30여마리 모두 펜스 안으로 달려들어간다. 이 보더콜리는 ‘양치기 개’다. 이름은 ‘제프’. 경상남도 남해군 ‘남해양모리학교’(대표 손미희)의 주인공으로, 올해로 3살이 됐다. 목장에서 기르는 5마리의 양치기 개 중 요즘 가장 두각을 보인다.

남해양모리학교는 남해해상국립공원 편백나무 숲 언저리에 자리잡았다. 언덕 아래로는 잔잔한 남해 바다가 펼쳐진다. 1만평 규모의 목장은 강원도 대관령양떼목장과 삼양목장에 비하면 작은 편이지만, 한려해상을 배경으로 양이 노니는 모습은 색다르다. 게다가 양치기 개 ‘제프’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가 햇빛에 반짝거리면 초원의 색은 더욱 짙어진다. 마치 ‘쇼’가 끝나면 걷어내야 하는 무대 벽면의 그림같다. 강원도와는 또다른 진풍경이다.

나무의자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던 아이들은 제프의 ‘놀이’에 연신 ‘까르르’하고 자지러진다. 제프가 이번엔 양을 아이들 쪽으로 몬다. ‘꺄악’하고 설렘 반, 두려움 반의 비명소리가 터진다. 코앞까지 다가온 양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루만진다. 먹이를 주며 친해지기도 하지만, 겁이 많은 아이들은 양을 때리고 도망간다. “제프!” 양몰이 개 조련사를 흉내낸다. “제프! 제프!”. 목청껏 외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국내 유일의 양치기 개 조련사 마태용(45) 씨의 목소리에만 반응한다. 보더콜리가 왜 양치기 견종으로 인정받는지 알수 있다. 영민한 행동 하나하나가 기특하다. 

한려해상을 배경으로 양떼목장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달 4일 첫 유료 입장객을 받기 시작한 남해양모리학교는 양치기 개‘ 제프’가 지키고 있는 남도 유일의 양떼목장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했다. 목장을 둘러싼 편백나무 숲이 푸르름을 더한다. 독일마을, 원예예술촌, 남해12경 등 남해군 명소뿐만 아니라 하동ㆍ광양ㆍ여수 등과 연계해서 다녀올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남도 유일의 양떼목장인 남해양모리학교가 정식으로 문을 연 건 지난달 1일이다. 마 씨와 손미희 대표는 외숙부와 조카 사이. 크론병(난치성 면역질환의 일종)을 앓고 있는 마 씨는 오랫동안 양치기 개 전문 훈련소를 갖는 게 꿈이었다. 10여년 전 양 5마리를 구입해 비디오를 보며 연습을 시작했다. 어린시절부터 이를 지켜본 손 대표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웠고,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창조관광사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후 공사의 지원 프로그램(전문가 컨설팅, 지자체와의 협력체계 구축,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이 가동되면서 남해군의 명소로 발전하고 있다. 거창 출신인 마 씨는 “전국의 운동장을 돌아다니며 양치기 연습을 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곳에 양떼목장을 만들고 살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정태현 남해군수와 함께 직접 목장을 방문했다. 이 사장은 “독일마을, 해오름예술촌, 남해힐튼리조트 등 즐길거리 많은 남해군에 양모리학교가 추가되어 기쁘다”며 외숙부의 꿈과 조카의 창업의지를 격려했다. 


남해양모리학교에서 개와 양이 함께 노니는 모습은 보면 누구나 ‘동심’을 되찾게 된다. 어린이의 마음이 되는 건 그 자체로 ‘힐링’이다. 힐링 후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금산 보리암부터 창선 삼천포대교에 이르는 남해 12경을 둘러보자. 12경에 속하진 않지만 독일마을(남해군 삼동면 물건리)과 원예예술촌도 스쳐지나면 후회한다. 

1960년대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독일에서 광부ㆍ간호사 등으로 헌신했던 동포가 정착해 살고 있는 독일마을은 3만평 부지에 70여동의 독일식 주택이 자리하고 있다. 관광객을 위해 민박을 운영하기도 한다. 매년 10월 초에는 맥주축제가 열려 독일 맥주와 소시지 등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독일에 가지 않고도 ‘옥토버페스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원예예술촌은 20여명의 원예인이 집과 정원을 개인별 작품으로 만들어 조성했다. 스파정원(핀란드풍), 조각정원(스페인풍), 풍차정원(네덜란드풍) 등 개성 넘치는 21개 주택과 정원을 둘러볼 수 있다.

남해(경남)=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왼쪽은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전사한 이순신 장군이 3개월간 묻혔던 가묘가 남아 있는 충렬사입구. 오른쪽은 거북선 안에서 바라본 남해대교.

남해안 축제정보
▷제10회 보물섬 미조 멸치축제: 5월 18~19일, 남해군 미조항 일원
▷제9회 보물섬 마늘축제: 5월 30일~6월 2일, 남해군 이동면 마늘나라 일원
▷제4회 독일마을 맥주축제: 10월 4~5일, 남해군 삼동면 독일마을 일원 

남해군 관광안내 전화번호
▷관광안내콜센터 : 1588-3415 
▷이락사 관광안내소 : 055)863-4025
▷창선 관광안내소 : 055)867-5238 
▷가천다랑이마을 관광안내소 : 055)863-3893
▷남해군청 : 055)860-3114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 055)860-8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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