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 부의 상징, 까딱하단 ‘졸부·장물차’ 전락
일부 ‘뽐내기’용에 사회적 눈총
리스 통한 변칙탈세수단 이용도




차가 없는 이도 그 위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포르셰 카레라 GT. 출발해서 단 3.9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슈퍼카다. 그 가격은 무려 7억여원. 5.6km당 1ℓ를 쏟아부어야 하는 극악의 연비는 별도로 감안해야 한다. 3억원대의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불과 3.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런 초고성능의 슈퍼카를 반드시 속도를 다투는 차량 경주에 쓰란 법은 없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일가는 실제 이 같은 차종을 포함해 여러 대의 해외 명품차를 자녀의 통학용으로 사용한 사실이 비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재계의 큰손이나 재벌그룹 오너, 유명 연예인들이 몰고 다니는 고가의 수입차는 곧잘 인구에 회자된다. 번쩍번쩍한 수억원대 외제차는 부의 상징이란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그들의 생활 수준을 어렴풋이나마 가늠하는 지표쯤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차를 모는 자의 행실에 범죄나 부도덕과 같은 부정적 요소가 개입하는 순간 차는 졸부의 상징으로, 심지어 장물로 전락하고 만다. 사회면을 종종 장식하는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사건엔 그들의 고급 차량도 함께 언급되며 눈총을 받기 일쑤다.

횡령, 배임 혐의가 속속 드러나던 와중 회사 돈으로, 회사 명의로 슈퍼카를 리스해 업무 외 ‘뽐내기’ 용도로 애용한 담 회장에게 사회적 비난이 가해졌던 것은 단적인 예다. 불법대출과 횡령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전 회장의 드러난 졸부 행각 중 하나는 그의 아들이 광란의 음주운전 사고를 낼 때 벤츠를 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차량은 회사 명의로 리스한 차량이었다.

변호사가 기혼 여검사를 흠모해 선의로 제공했다는 벤츠 차량이 해당 검사의 아이덴티티가 돼버린 ‘벤츠 여검사 사건’도 명품 차의 대표 격인 벤츠엔 일종의 수난일 수도 있다.

수입차를 소유한 사람은 표적 세무조사를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수입차 구입은 외화낭비이자 사치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한때의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법인 명의 리스를 통한 변칙 탈세를 잡겠다고 과세 당국은 벼르고 있다. 국내 판매된 수입차 중 40% 이상이 법인의 리스 방식으로 구입됐다는 통계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자칫 망신당할 위험에 빠진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애꿎은 그들의 고급 외제차 역시 당분간 이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