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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채와 여백의 화가‘ 권녕호,40년 화업 결산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블루(Blue)의 화가‘ 권녕호(KWON NYOUNG HO)가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벽원미술관에서 작품전을 열고 있다.
‘권녕호, 1970-2013展’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40년 화업을 결산하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작가는 ‘색채로 사유의 공간을 짓는다’라는 부제 아래 지난 40년간의 생애와 작품을 망라한 30여점을 회화를 출품했다. 작품들은 주로 대작으로, 푸른빛이 감도는 매혹적인 추상화들이다.

권녕호는 1981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한국일보 백상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당시 각종 공모전을 잇따라 휩쓸면서 화단의 비상한 관심을 받은 이 야심찬 청년화가는 “세계적 화가들과 어깨를 겨뤄보겠다”며 무작정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그리곤 그대로 파리에 눌러앉아 프랑스의 파리국립미술학교(에콜 드 보자르)에 입학했다. 에콜 드 보자르에서 권녕호는 벨기에가 낳은 세계적인 작가 피에르 알레친스키에 사사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20여 년간 전업 작가와 교수로 활동하며 한국적 전통이 배어 있으면서도 세계성도 확보한 세련된 감각의 회화 연작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10년 전, 작가는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고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작업에 몰두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지난 40년 화업을 돌아보는 자리이자,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작가로 데뷔한 초기인 1980년대에 권녕호의 관심은 온통 인간에 집중돼 있었다. 인간을 한 화면에 가득 채우는 군상시리즈를발표한 것. 이후 90년대는 서양화단에서 동양인 작가로 정체성을 고민하다가 한국적 미의식에 차츰 눈뜨기 시작한 시기다. 이 무렵 권녕호는 꽃이나, 풀, 구름, 해 등 조선후기 민화 속의 상징과 자연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이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미술평론가 김종근 씨는 “권녕호의 블루는 마티스의 경쾌한 곡선들이 교차하는 명료하고 원색적인 블루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브 클라인의 블루처럼 원색적이고 투명한 블루도 아니다. 오히려 그의 블루는 유럽에서 동양적인 신비감을 주는 그린 듯, 지운 듯한 은밀한 상징적 색채로서의 블루이다”고 평했다.

이어 2000년대부터는 이미지가 더욱 추상쪽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색채는 더욱 맑고 투명해지며 격조를 띠고 있다. 동양의 정신세계를 유유자적하듯 부드럽고 세련되게 표현한 권녕호의 그림에선 그만의 남다른 개성이 오롯이 드러난다.

이번 작품전에는 초기 군상 시리즈에서부터 프랑스 체류 시절 민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자연 속 소재를 상징적으로 등장시킨 추상화까지 40년 궤적을 살필 수 있는 작품들이 망라됐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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