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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승자독식 배제 출판 본연가치 추구”
국내 첫 1인 출판협동조합 주도…정광진 이사장
마케팅서 배본까지 맞춤형 유통지원
자체 브랜드 제작…좋은책 알리기도



“현 출판유통 시스템 속에서 생존이 어려운 1인 출판사들이 힘을 합쳐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지난달 국내 첫 1인 출판협동조합이 법인 설립을 마친 가운데 산파 역할을 맡은 정광진 조합이사장(50·사진)은 작은 출판사들이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이사장은 출판사들의 공동 이익에서 한 발 나아가면 출판 유통구조의 혁신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다. 그의 그런 믿음이 조금씩 싹을 틔워가고 있다. 법인 설립 한 달 만인 5일 현재, 협동조합 참가 희망을 밝힌 출판사는 35곳으로 기대보다 관심이 뜨겁다. 이들은 모두 5인 이하의 작은 출판사다. 정 이사장은 조합원이 50군데 이상 모이면 공동사업 추진하는 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이사장이 출판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현 출판 유통체제에서는 작은 출판사들이 경영하기가 너무 어려워 뭔가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다 보니 대형 출판사에 비해 제작비용도 비싸게 지불하는 경우도 많고 책의 질에 비해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할 때가 적지 않았다.

정 이사장은 파주 출판단지 안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출판인들이 많다는 걸 알고는 조합설립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대규모 출판사에 비해 기동력과 창의성은 뛰어나지만 유통과 마케팅, 자본이 열세인 작은 출판사들이 속속 모였다. 발기인 7명이 모여 3~5계좌씩 출자해 310만원을 모아 지난 4월 조합 설립 인가를 얻었다.


정 이사장은 “이제 무엇보다 고민해야 할 일은 지속가능한 출판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마케팅과 공동 구매, 대형서점 매대 공동 구입, 창고 사업, 배본 사업 등 1인 출판사를 위한 맞춤형 유통지원 사업이 1차 과제다. 또 1인 출판을 희망하는 이들을 인큐베이팅 비즈니스 사업까지 1인 출판사가 일하기 좋은 토털 환경을 만드는 게 그의 구상이다.

그의 고민 중 다른 하나는 좋은 책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알리느냐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로 심사위원회를 구성, 좋은 책을 선정하고 협동조합 자체 브랜드를 제작해 공급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정 이사장은 “경쟁지상주의, 승자독식 논리에 근거한 기존의 주식회사가 아닌 조합원들 모두의 자립과 협동을 바탕으로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적 약자인 1인 출판인들이 출판 본래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봄풀출판사를 3년째 경영하고 있는 정 이사장은 ‘그림으로 읽는 고전 시리즈’ 등 인문과 문예 분야 책을 내고 있지만 수익이 난 해가 없다. 그는 “눈에 띄는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가능한 가동할 수 있는 자금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작은 출판사들의 처지를 대변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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