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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산실 ‘헤드윅’…역대 ‘헤드윅’ 누가 있었나
검은색 스키니 타이즈, 하이힐, 셔츠 사이로 비치는 브래지어, 속눈썹까지 붙인 진한 메이크업, 어깨까지 출렁이는 금발머리. 드랙퀸(Drag Queenㆍ여장남자) 뮤지컬의 대명사 ‘헤드윅’이다.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막을 올린 ‘헤드윅’이 424석이 전부인 소극장을 연일 열기로 후끈 메우고 있다. 6년만에 돌아온 조승우, 3년만인 송창의, 만 나이 23의 역대 최연소 주역 손승원 등 각자 색깔이 뚜렷한 3명의 헤드윅이 관객을 ‘들었다놨다’ 한다.

2005년 초연 이후 올해 시즌 8번째까지 ‘헤드윅’은 매해 관객을 찾아왔다. 오만석, 김다현, 엄기준, 박건형, 최재웅, 조정석 등 걸출한 뮤지컬 배우들이 헤드윅을 통해 이름을 날렸다.

▶18명의 ‘O드윅’ 누가 있었나= 8번째 시즌에 걸쳐 모두 18명의 헤드윅이 탄생했다. 1인 스탠드 업 쇼 형식인 터라 주역 배우에게 조명이 집중되고, 배우의 개성에 따라 무대의 감동과 재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팬들은 배우의 성을 따 ‘O드윅’으로 부른다. 조승우의 ‘조드윅’은 전석매진 신화의 주인공. 초연과 2006년10월부터 2007년5월까지 시즌3에 이어 이번 시즌8에서도 매진 행렬을 이끌고 있다. 초연 때 조승우의 자조적이고 쓸쓸한 연기는 원작에 가장 가깝게 연기한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조드윅’의 재미는 무엇보다 조승우의 순간적으로 터져나오는 애드립과 즉흥성이다.

오만석의 ‘오드윅’은 팬이 기억하는 가장 슬픈 헤드윅. 초연에 이어 지난해 시즌7에서 오드윅의 쓸쓸하고 슬픈 표정, 여성스러운 수다에 카타르시스를 느껴 팬이 됐다는 관객이 많았을 정도. 


시즌1부터 시즌5까지 연속 주역한 송용진의 ‘쏭드윅’은 록음악에 걸맞는 발성과 제스처로 최고로 꼽힌다. 폭발적 가창력 덕에 온라인에서 많은 팬층을 거느렸고, 매 시즌 꾸준히 그의 복귀 요청이 쏟아진다.

최근 창작 뮤지컬 ‘해를 품은 달’에서 훤역에 발탁된 김다현도 ‘헤드윅’ 초연 멤버다. 시즌4까지 매해 ‘다드윅’으로 불린 그는 상큼하고 싱싱한 외모가 여자 보다 더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 후 ‘꽃미남 헤드윅’ 계보는 송창의, 이석준, 조정석, 손승원까지 이어졌다.

바비인형 다리에 예쁜 몸매 소유자 송창의는 ‘미모가 짱이다’란 뜻에서 ‘짱드윅’으로 불린다. 지난해 드라마 ‘유령’에서 악역 연기로 안방극장에 깊은 인상을 남긴 엄기준은 ‘엄드윅’일 때도 ‘나쁜 여자’의 분위기를 풍겼다. 시즌3에 합류한 이석준은 독특하게 ‘베로니카’라는 별명이 붙었다. 가발을 쓴 외양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어느 홍등가에서 일하는 매춘부의 이미지를 연상시켰기 때문. 아역 배우 출신 김수용의 ‘용드윅’은 오리지널 헤드윅인 존 카메론 미첼과 가장 흡사한 목소리로 주목받았다.

영화 ‘건축학 개론’을 거쳐 주말드라마 주역까지 따내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조정석은 시즌3~4 무대를 외모, 노래, 연기, 끼 등 다방면 재능을 발산했던 배우다. 피부가 뽀얗다고 해서 ‘뽀드윅’인 그는 ‘건축학 개론’의 납득이 이전에 능청스럽고 푼수끼 있는 코믹 연기를 뮤지컬에서 먼저 선보였다.

시즌5에서 가수 윤도현의 ‘윤드윅’과 성이 겹친 윤희석은 ‘엔젤리나’로 불렸다. 최재웅의 ‘웅드윅’은 컬트 코드로 차별화에 성공했고, 박건형의 ‘건드윅’은 의외의 섹시한 매력으로 승부를 냈다. 또 그룹 신화 멤버 김동완의 ‘뎅드윅’은 중국, 일본, 대만, 필리핀 등 한류팬까지 공연장을 찾아오는 진풍경을 그려냈다. 이번 시즌 막내 손승원은 ‘애기’란 뜻에서 ‘애드윅’으로 불린다.


▶그들은 왜 또 여장을 할까 =‘헤드윅’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긴 전 동독에서 도미를 위해 “자유와 평화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중요 부위를 거세 한다. 6인치 중 5인치를 잘라낸 1인치만으로 그는 남자와 결혼하고 미국으로 건너가지만, 곧 이혼 당하고 고국도 통일 된다. 밤에는 바에서 노래하고 낮에는 보모로 일하는 그 앞에 나타난 토미 노시스를 자신의 완벽한 반쪽으로 생각하고 헌신적으로 모든 것을 내준 그 앞에 돌아온 것은 배신이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꺽이고, 부셔지고 재수 더럽게 없는” 헤드윅을 왜 조승우, 송창의는 또 다시 연기할까. 그것도 1시간이나 걸리는 화장을 하고 다리 털을 밀고 몸에 꽉끼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드레스를 입고서. 둘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도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헤드윅’의 배우는 단순히 여자 말투와 몸짓 흉내가 아닌 인생의 희노애락을 표현하고, 관중을 압도하는 에너지를 분출해야만 한다. 배우로서의 한계를 깨고자 하는 초심, 각오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이다.

조승우는 “드라마(‘마의’)를 할 때 뮤지컬이 꿈에 나올 정도로 그리웠다. ‘헤드윅’을 선택한 건 놀고 싶어서다.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음악과 함께 저를 불살라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송창의는 “속은 슬프지만 웃어야하는, ‘헤드윅’의 풀리지 않는 외로움이 있다”며 배우나 관객 모두가 느끼는 ‘힐링’을 꼽았다. 송창의는 그런 면에서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속 노래로 ‘사랑의 기원(The origin of love)’을 꼽았고, 조승우와 손승원은 인생의 전환점의 순간에 부르는 ‘차가운 도시(Wicked little town)’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공연은 9월8일까지 계속된다. (02)3485-8700.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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