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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잭더리퍼’ 형사와 기자 찰떡 호흡…동서지간 배우 민영기, 강성진
1888년 8월 영국 런던 그리니치에 있는 화이트채플가에서 매춘부를 엽기적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11월까지 2개월 간 여성 5명이 살해돼 영국사회는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영국 여왕까지 나서 검거 방법을 찾았지만 범인 검거는 실패하고, 결국 사건은 미해결 ‘X-파일’로 남았다. 뮤지컬 ‘잭더리퍼’가 한여름에 다시 찾아왔다.

다음달 서울 공연에 앞서 먼저 경기 성남에서 막을 올린 ‘잭더리퍼’는 체코 원작의 라이센스 뮤지컬이지만, 사실상 창작에 가깝다. 연쇄살인마 ‘잭’과 코카인에 쩔은 형사 ‘앤더슨’ 등 주역 외에 임상실험을 위해 시체를 사는 젊은 외과의 ‘다니엘’과 특종을 위해 돈 거래를 하는 기자 ‘먼로’ 등 두 인물은 한국에서만 등장한다. 줄거리, 노래, 무대 등 거의 90%가 바뀌었다. 지난해 일본서 흥행에 대성공해 한류뮤지컬이란 꼬리표도 붙는다.

2009년 초연부터 ‘앤더슨’ 역을 꾸준히 맡아 온 뮤지컬 전문 배우 민영기(40)와 ‘먼로’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본격 데뷔한 22년차 배우 강성진(42)을 만났다. 둘은 동서 지간이자 연예인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민영기의 부인인 배우 이현경은 강성진의 부인인 가수 출신 이현영의 언니다. 나이 어린 민영기가 손윗 동서인 셈. 민영기는 ‘제부’ 강성진에게 꼬박꼬박 말을 높였고, 강성진 역시 민영기에게 존댓말로 뮤지컬계 ‘선배 대접’을 톡톡히 했다. 연인끼리 밀당하듯, 가깝지만 멀기도 한 둘의 유쾌한 수다가 한시간 가량 이어졌다.



- 민영기씨가 ‘먼로’ 역에 강성진씨를 추천했다는데.

▷민영기 =제부가 제가 하는 뮤지컬을 거의 다 봤다. 이번에 ‘먼로’를 새로 캐스팅한다기에 제부에게 오디션을 보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수락했다.

▷강성진 =20년만에 오디션을 봤다. 감회도 새로웠지만 많이 떨렸다. 대학(호서대)에서 오디션 필살기 강의를 하고 있는데, 선생이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학생들에게 볼 면목이 없지 않나. 하하.



- 영화ㆍ드라마에서 이미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인데 오디션 치르기가 쉽지 않았겠다.

▷민영기 =외국인 스텝이 제작에 참여하면 100% 오디션을 본다. 합격이 되어도 한국 제작자가 오케이(O.K) 해야한다. 외국에서도 뮤지컬은 마찬가지다.

▷강성진 =영화도 주조연 오디션을 치러야된다고 본다. 그 역할에 맡는 배우가 해야지, 여기 저기 겹치기 해서도 안될 일이고. 배우 박중훈이 감독하는 영화 ‘톱스타’에서도 마침 기자 역을 맡았다. 사실 어릴 때 기자가 꿈이었다. 애초 대학 진로를 연극영화과로 지망하기 전엔 사회학과, 신문방송학과에 가고 싶었다.

▷민영기 =꿈을 이루셨다. 하하.

▷강성진 =이런(특종을 위해 돈 거래하는) 기자를 꿈꿨던 건 아니지만…



- 뮤지컬은 처음인가.

▷강성진 =13년전에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선 게 조광환 작, 최용훈 연출로 한국판 캣츠인 ‘황구대’인데 그때 일본산 스피치 역할이었다. 하하. 13년 동안 뮤지컬계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거 아닌가. 나는 외면당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드라마, 예능 출연하면서도 연극은 간간이 해 왔다. 이모부(강성진은 민영기를 아이들의 이모부라 불렀다)가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니까 우리 아이들도 우러러보는 동경심이 있었다. 뮤지컬 무대에 서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절묘하게 제안이 왔다. 그것도 마침 놀고 있을 때.

▷민영기 =이 작품 때문에 드라마 하나를 거절하셨다.

▷강성진 =금전적인 거 생각하면 드라마가 낫다. 근데 들어온 게 사극이어서 지방에서 촬영하고, 공연장으로 올라 오고 할 자신이 없더라. 소속사에선 날 미워하고 있다.




- 각자의 연기력에 대해 평가한다면.

▷강성진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를 어떻게 평가하나.

▷민영기 =2009년 ‘살인마 잭’이란 이름으로 초연할 때부터 ‘먼로’ 역에 제부가 진짜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를 아내 와도 했었다. 어느날 제부가 놀러왔을 때 노래를 시켜봤는데, 캐릭터에 맞게 잘 하더라.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드라마든 같은 대중문화의 맥락에서 보면 한참 선배시다.

▷강성진 =(내가)민폐는 아닌가?

▷민영기 =나는 그런 생각은 안했다.

▷강성진 =그럼 다른 사람들은 하나?

▷민영기 =…….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민영기 =‘앤더슨’이 ‘먼로’의 멱살을 잡고 때려 눕히는 장면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면서 연기하는 게 좀 민망하다. 안 쳐다보고 하려고 한다. 그래서 가족끼린 힘들다. 제부는 ‘다시 태어나면 노래를 할꺼야’ 라고 하더라.

▷강성진 =노래 트레이닝을 진작 받아놓지 못한 게 후회되더라. 뮤지컬은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배우의 표정이나 섬세한 연기는 잘 안 보이니까. 그럴려면 노래를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하면 또 민영기다.

▷민영기 =조승우 같은 경우 노래를 전문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파시지오(중간 음역에서 높은 음역으로 바뀌는 지점)를 할 줄 알더라. 예고 다닐 때 뮤지컬 배우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성악하는 친구에게 어깨 너머로 배웠다더라.

▷강성진 =나는 ‘잭’을 해보고 싶었다. 



- ‘잭’은 몇 장면 출연하지 않아도 빛이 나고, 고생이 적을 것 같다.

▷강성진
=긴장감은 모든 배역이 다 똑같은 거 같다. 드라마나 영화는 내 장면이 끝나면 쉬는데, 이건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고 쉬어도 쉬는 게 아니더라. ‘먼로’는 1막에서 40분간 대기인데, 계단에서 기다린다. 대기실에 못내려가겠더라.

▷민영기 =나는 (대기실에)내려와 있다. 하하.

▷강성진 =‘잭더리퍼’ 공연이 수십회 남았는데, 무대의 에너지를 더 느끼고 싶다. 전에 드라마 하면서도 연극은 2, 3년에 한편씩은 꼭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무대가 배우에게 주는 에너지, 충전이 분명 있다. 내 경우는 ‘잭더리퍼’로 5를 충전하고, 6을 방전한다. 성남 공연 끝나면 보약 하나 지어 먹어야겠다.



- 어떤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드나.

▷민영기
=앤더슨이 부르는 ‘회색도시’는 유준상의 자작곡이다. 앤더슨을 돋보이게 하려고 직접 만든 곡이다. 드라마로 너무 떠서 지금은 배준상(배신+유준상)이 됐지만, 어쨌듯 유준상의 공이다. 이번에 체코에서 ‘잭더리퍼’라는 페스티벌이 있는데, 회색도시 영상을 써도 되겠냐고 해서 보내줬다. 체코 측에서 우리꺼를 역수출하고 싶다고 하더라.

▷강성진 =‘회색도시’는 가장 박수가 많이 나오는 노래다.



- 매 시즌 ‘잭더리퍼’에 합류하고 있는데….

▷민영기
=이 작품은 한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초연 때부터 함께 해 와서 정이 많이 들었다. 연출, 제작사,배우와의 의리다. 이제 그만하고 후배한테 넘겨줘도 되지 않을까란 얘기도 하지만, 이 작품이 사라지기 전까진 계속 하고 싶다. 5년째 하는데 10년은 더해야할 것 같다.



- 관객반응은 어떤가. 언제 보람을 느끼나.

▷민영기 =성민(슈퍼주니어 멤버)이 공연할 때는 외국인이 정말 많이 온다. 싱가폴, 중국, 일본, 심지어 영국, 미국에서도 오는데 리액션이 잘 없다.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서다. 한국에선 애드립(즉흥대사)에 웃음이 빵 터지는데, 일본에선 싸늘해서 외롭기도 하다. 그래서 일본에선 아예 애드립을 하지 않기도 한다. 아무래도 커튼콜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무대에 서는 사람은 다 그러는데, 마지막에 박수 받을 때 희열을 느낀다.

▷강성진 =나도 마찬가지다. 연기할 때 즉각적인 반응을 볼 수 있는 게 무대의 매력이다. 이 공연 마니아가 나 보고 애드립을 많이 해서 거슬린다고 했던데, 사실 강성진 버전의 먼로 애드립은 모두 연출과의 약속에 따라 하는 것이니 이해해달라.



- 가족들도 공연을 봤나.

▷민영기 =공연 둘째날 온가족이 총출동했다. 아내는 마니아를 제외하고 ‘잭더리퍼’를 가장 많이 본 관객이다. 5년간 50번은 봤을 꺼다.

▷강성진 =홍보대사 해도 된다.

▷민영기 =‘먼로’의 변천사를 다 본 사람이다. 그래서 공연을 정말 객관적으로 보는데, ‘먼로’ 연기에 대해 상상한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졌다고 하더라. 나름 만족하면서 봤다.

▷강성진 =우연히 블로그에서 관극평을 봤는데, 노래와 연기 모든 면에서 더블 캐스팅인 이희정에게 표를 던졌더라. 내가 너무 깐죽거린다고 얄밉다고 했더라. 내가 하는 대사를 다 애드립으로 생각하더라, 실제론 아닌데.



- 아이돌이나 대중 스타의 뮤지컬 출연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강성진 =그들을 통해서 관객층이 넓어지고, 뮤지컬도 대중예술이니까 긍정적 측면이 크다.

▷민영기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모차르트’ 초연부터 ‘잭더리퍼’까지 아이돌과 가장 많이 해 봤기 때문인 거 같다. 시아준수랑 ‘모차트르’ 할 때는 세종홀 3000석이 꽉 들어찼다. 30~40대 누나 팬들이 뮤지컬 장르를 알게 되고, 나도 알게 되면서 내 팬도 늘었다. 그 때 내 트위터 팔로우가 2만명으로 늘었는데 반 이상은 날 몰랐던 이들이었다. 뮤지컬은 마니아 뿐 아니라 대중이 알아야하는 장르다. 끼많고 재능있는 아이돌이 열심히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어 이상적이다.



- 앞으로 목표를 소개해달라.

▷강성진 =뮤지컬에서 외면당하지 않는 게 계획이자 목표다. 내년에도 무대에 설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 작품처럼 금전적 금전적 이유와 관계없이,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민영기 =이 작품 외에 울산시 제작 ‘태화강’, ‘엘리자벳’이 있고, 8월에 ‘삼총사’ 일본 공연이 예정돼 있다. 연말에 ‘노트르담드파리’에 들어갈 것 같다. 목소리가 갖고 있는 색깔 때문에 여러 캐릭터에 맞게 써주시는 거 같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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