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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마구잡이 의원입법, 이대로는 안 된다
정신없이 쏟아낸 의원입법이 또 구설을 낳고 있다. 의원들이 각종 규제법률을 마치 경쟁하듯 내놓아 기업도 정신이 없고 공직사회도 어지럽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무슨 법이 발의됐는지 알 수도 없다. 올 들어 5월까지 무려 4567건의 법률이 의원입법이라는 이름으로 발의됐다니 19대 국회가 끝날 때면 4만건도 넘을 게 분명하다.

한국규제학회는 지난 4일 ‘의원입법과 규제영향 분석’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통해 제멋대로 법을 만들게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규제영향평가를 받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건국대 홍완식 교수는 의원발의 법안 가운데 부실법안, 졸속법안이 판을 치고 있다고 했고, 한양대 김태윤 교수는 의원입법 중에는 공공이익에 위배되는 정치적 규제가 팽배해 있다고 비판했다.

의원입법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더 놀라게 된다. 의원입법은 16대 국회에서 1912건이던 것이 17대는 6387건, 18대는 1만2220건으로 두 배가 늘었다. 그야말로 무더기로 쏟아지는 입법이다. 문제는 이런 의원입법이 공정거래, 하도급, 노사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데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다. 기업을 신나게 춤추게 하는 게 아니라 발목을 잡고, 숨통을 조이는 게 많다는 뜻이다. 이렇다보니 재계에서는 “우리가 무슨 죄인이냐”는 한숨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의원입법이 남발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입법 실적주의’일 것이다. 연말이 되면 의원별 입법건수가 일등부터 꼴찌까지 나열된다. 의원들은 입법실적을 지역구에 보내 의정활동 홍보로 써먹고, 선거철이 되면 몇 년 치를 모아 재탕 삼탕을 한다. 또 일부 의원의 반(反)기업정서가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의원입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것도 많다. 이 과정에서 입법발의 보도자료는 뿌렸지만 실제 법으로 만들어진 것은 10%도 안 되는 우스운 꼴을 우리는 숱하게 보아 왔다.

문제투성이의 의원입법 남발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부실발의를 막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거르는 장치가 필요하다. 우선 입법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법제처나 관련 부서, 해당 단체와의 협의를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 입법에 대한 규제영향평가 등을 도입해 무분별한 입법에 제동을 걸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의정활동 평가 기준을 입법건수로 하지 말고 법의 내용과 기여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장치가 마련되면 발의 되자마자 수명을 다하는 의원입법은 확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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