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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크라쉬
경기장의 선수들이 “다짐(Tazim)”이라는 인사를 나눈뒤 심판의 “오다가(Ortaga)”는 명령에 경기 준비를 위해 대기선에 섰다. 이어 “크라쉬(Kurash)”라는 구령과 함께 경기를 시작한다.

빨강색, 파란색 도복을 입은 선수가 상체로 잡기와 몸 싸움을 하더니 들배지기를 시도하다 뒤축걸기로 상대를 내동댕이 친다. 수세에 몰린 선수가 상대에게 반칙하자, 어른들이 “댁기놈”이라고 아이를 혼내 듯 “닥기(Dikki)”라고 하면서 벌점을 준다. 경기를 마치자 심판은 “박트Vaqt)”를 선언한다.

지난 6일까지 인천에서 열린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AIMAG) 크라쉬 경기장 풍경이다. 3500년된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스포츠.

크라쉬는 유도와 비슷하지만, ‘조르기’와 ‘누르기’ 등 메트 위 기술과 남의 다리잡기 등은 정당하지 않다고 여겨 쓰지 않는다. 역사를 돌아보면 유도의 원조가 실크로드의 중간 지점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크라쉬’ 아닌가 싶다. 크라쉬는 이미 중세에 중동과 동아시아에 퍼졌고, 현재 세계연맹에는 117개국이 가입돼 있다.


유도는 1532년 무사 다케우치가 정리한 무술인 ‘요회’가 근원이다. 하지만 앞서 우리나라 삼국시대 때 ‘각희’라는 유사 종목이 있었다. 씨름은 ‘각저’라고 불렀다.

수천년간 숱한 문화가 합궁했다. 인체과 지혜가 비슷한 이상 스포츠문화는 돌고 돈다. 올림픽 주도국들의 ‘스포츠 패권주의’가 횡행한 요즘, 3500년된 ‘크라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천 AIMAG은 비록 손님은 적었어도, 다양성과 각국 전통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아시아인의 우정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뜻 깊다. 스포츠엔 내 것, 네 것이 따로 없다 .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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