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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비워놓더라도…이젠 전세보다 월세”
저금리 시대…월세 계약 선호
전세 수요는 늘어…수급 엇박자

일부 아파트 빈집비율 30%나
“전세 돌리면 바보소리 듣는다”
집주인 “6개월도 기다릴 것”



#서울 노원구의 전용면적 49㎡아파트를 보증금 3000만원, 월 50만원의 보증부 월세로 내놓은 신 모(55)씨는 세입자를 기다린지 3개월째다. 장기간 공가(空家)상태지만 그는 이 집을 전세로 돌릴 생각이 없다. 전세로 바꿀 경우 보증금 1억3000만원을 받아 집이 비어 있는 기간 만큼 은행(예치 3개월, 금리 2.5%기준)에 맡겨봤자 신씨가 받을 이자는 월세 절반 수준인 월 23만원. 그는 “요즘 전세 놓으면 바보소리 듣는다”며 “최소 6개월은 더 세입자를 기다려볼 생각”이라고 했다.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나는 ‘월세화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월세를 고집하는 집주인들은 집을 비워둔채 길게는 3∼4개월씩 세입자를 기다리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중인 아파트의 경우 단지별로 월세 매물 대비 공가율이 20%를 넘어섰다. 일부 빌라촌에선 공가율이 3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장기 공가’ 상태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서울 노원구 일대다. 1980년대 말 부터 세워진 공급면적 42∼118㎡의 저가 중소형 주택이 밀집된 상계동은 월세 매물이 전세를 압도한다. 실제 부동산 정보업계에 따르면 9일 현재 상계주공 16개 단지 3만여가구중 월세 매물은 58개로 전세(28개) 물량의 갑절 이상이다.

 
전세 물건은 줄고 월세는 늘어나는 ‘월세화 현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월세를 고집하는 집주인들이 몇달씩 세입자를 기다리며 집을 비워놓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단지.

세입자를 서 너달씩 기다리는 빈 집도 늘어나는 추세다. 상계동 한 주공단지내 A공인 김 모 대표는 “월세 물건 비중이 전세의 10배정도”라며 “월세 세입자만 고집하는 집주인도 늘어 기본 1∼4개월 이상 공가 상태인 집들이 월세매물 대비 20%가량 된다”고 말했다.

인근 상계 주공 7단지 고구려공인 관계자도 “월세는 손바뀜이 있을 때 기본 열흘정도 집이 비는데, 최근엔 공가 기간이 몇 달씩 길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이 혼재된 중랑구 일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면목동 B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건은 나온지 하루만에 계약되는 반면, 월세는 66㎡ 기준으로 방 2개짜리는 2∼3개월씩 빈 집인 전체 월세 매물의 2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서초ㆍ송파구 등과 함께 올 상반기 기준 월세보증금이 가장 비싼 지역중 하나인 강남구는 일부 빌라촌의 ‘빈집 월세’비중이 상당하다. 강남구 역삼동 C공인 강 모 대표는 “건축 20년이 넘은 빌라의 경우 월세매물 중 3개월 이상 비어있는 집이 3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주된 이유는 저금리 기조와 맞물리며 월세 공급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2∼5월 월별 전월세 거래량중 월세 비중은 2월 38.8%, 3월 40.2%를 찍었다. 이는 4월 37.2%로 소폭 줄었지만 5월 38.1%로 다시 늘어난 숫자다.

아파트의 월세화는 더하다. 아파트 전월세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2월 27.9%에서 5월 31.1%로 매달 꾸준히 올랐다. 전세보다 가파르게 오른 월세에 예비 세입자들이 저항감을 느낀 것도 월세 빈집이 늘어난 요인으로 분석됐다. 렌트라이프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1㎡당 전세 상승률은 16%, 월세 상승률은 20%를 기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 전문위원은 “전세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은 극단적으로 줄었고, 월세 매물만 빠르게 늘면서 수급에 엇박자가 생겼다”며 “(월세로) 비어있는 집이 늘어날 수록 현재 월셋값은 내려가거나 일부는 전세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윤현종 기자 /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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