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분당 리모델링 추진위
“면적 넓고 일반 분양 가능
수직증측 휠씬 수익성 높다”

“자산가치 도움 안된다” 외면



#1. “리모델링은 수익성을 봐야죠, 전용면적도 넓어지고 일반 분양도 가능한데 왜 굳이 맞춤형 리모델링을 해야 하죠?”(경기도 분당 느티마을 리모델링 추진위 관계자의 말)

#2. “5000만원씩 들여서 수선하면 집 값이 5000만원 오르나요? 관심 없어요”(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단지 주민의 말)

국토교통부가 지난 4일 ‘맞춤형 리모델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정작 리모델링이 필요한 아파트 단지 주민 및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들이 시큰둥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산가치 상승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중산층 이상이 모여 사는 고급 아파트 단지나 서민층이 밀집한 단지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다.

3.3㎡당 평균 시세가 1700만원 수준인 서울 강남구 일부 아파트 단지와 분당지역 1기 신도시 주민들은 현재 추진중인 리모델링 사업이 충분한 사업성을 갖고 있는 데 굳이 수익성 없는 맞춤형 리모델링를 선택하겠냐며 맞춤형 리모델링 카드를 뽑아든 정부를 몰아세웠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일 ‘맞춤형 리모델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정작 리모델링이 필요한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자산가치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싸늘한 반응이다. 사진은 리모델링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단지 전경.

이미 4년 전 리모델링 건축심의가 통과된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 주민 최 모씨는 “가구당 5000만~8000만원씩 들여 맞춤형 리모델링을 할 바엔 몇 천만원 더 붙여 수직증축으로 가는 게 훨씬 낫다”며 “맞춤형 리모델링은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대청아파트는 수직증축 리모델링할 경우 가구당 1억~1억3000만원(59.4㎡기준)정도의 분담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모델링사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경기 분당의 느티마을 주민들도 맞춤형 리모델링에 관심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느티마을 리모델링 추진위 한 관계자는 “맞춤형 리모델링과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비용 차이가 5000만~6000만원 정도인데 일반 분양이 가능한 수직증축을 선택할 것”이라며 “누가 돈을 들여 수익성 없는 맞춤형 리모델링을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오히려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6월 국회에서 논의 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분당 느티마을에서 영업중인 A공인 김 모 대표는 “지난달 취득세 감면이 종료되면서 거래도 끊기고 리모델링 조치까지 지연돼 지역 주민의 실망이 상당하다” 고 분위기를 전했다.

3.3㎡당 매맷값이 1000만원 미만인 저가 아파트 단지도 맞춤형 리모델링 사업엔 시큰둥한 반응이다. 주택시장이 불황인 상황에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없는데 굳이 자비를 들여 집을 고치겠냐는 이유에서다. 건축된지 25년 된 서울 노원구 상계 주공6단지 주민 유 모씨는 “리모델링은 비용 만큼 가치가 올라야 한다”며 “현재의 상황에선 정부지원금도 결국 빚인데, 무슨 돈이 있어 맞춤형 리모델링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맞춤형 리모델링의 주민 호응도는 극히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수직증축 대상 단지는 사업성이 낮아서, 그리고 서민층이 거주하는 저가 중소형 아파트 단지는 자비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인해 맞춤형 리모델링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면 수직증측이 어려운 단지에선 맞춤형 리모델링이 대안이라는 시각도 있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사무처장은 “리모델링의 주요 목적은 자산가치 증식이 아니라 주거환경 개선이다. 20년 넘은 노후된 아파트에 살아보면 낡은 집이 얼마나 살기 불편한지 알 것”이라며 “맞춤형 리모델링 방안도 주거개선 차원에서 상당히 일리가 있는 해법이다”고 분석했다.

윤현종 기자ㆍ박영서 인턴기자/factis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