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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전세가율 60%’에 대한 오해와 진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전세가율(집값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율) 60% 이상이면 집값이 오른다'는 판타지가 다시 재현될 분위기입니다. 최근 한 부동산정보업체가 수도권에서 전세가율 60% 이상인 아파트가 5년전 3.2% 수준에서 현재 42.8%로 급증했다고 발표한 후 다시금 전세가율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집값 상승 기대감이 생기기 때문에 모두의 귀가 쫑긋 세워지는 소식이었죠.

실제로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최근 급상승 중입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이미 지난 2월60.2%로 60%를 넘어섰습니다. 그 이후 조금씩 올라 지난 6월 61.4%까지 상승했네요. 지역별로 70%에 육박하는 곳도 꽤 많습니다. 수원시 장안구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율은 69.8%까지 올라가 있구요, 서울 서대문구 전세가율은 68.9%나 됩니다.

개별 단지별로는 70%는 물론 80%를 넘어선 곳도 흔합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4가 한강서초 아파트 59㎡형은 2억6000만~3억1000만원에 매매되는데 전세가는 2억2500만~2억5000만원입니다. 전세가율이 80%이상인 셈입니다.

▶전세가율 상승하면 집값 오를까?= 정말로 이렇게 전세가율이 상승하면 집값도 뛸까요? 절반만 진실입니다.

아무래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입니다. 전셋값에 돈을 조금 더 보태면 집을 살 수 있으니 매매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인 사실이기도 합니다. 수도권에서 전세가율이 60% 이상이었던 시기는 최근 몇개월을 제외하고 2000년 2월부터 2002년 9월까지였습니다. IMF 구제금융 직후 침체기였죠. 당시 집값 변동률을 보면 60% 이상 전세가율을 기록한 초기 1년간(2000년2월~2001년2월) 1.6%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2001년3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09년 9월까지 무려 37%나 폭등했습니다.

그 이후 수도권은 전세가율이 60% 이상이면 집값이 오른다는 속설이 사실로 인정받기 시작했죠.

그런데 전세가율이 올라간다고 꼭 집값이 뛰는 건 아닙니다. 이미 지방 곳곳에서 증명이 됐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전국에서 전세비율이 가장 높은 광주입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광주 아파트 전세가율은 2001년 2월 이후 변함없이 70% 이상을 유지해왔습니다. 지난달 기준 77.6% 정도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전세가율이 이렇게 높은 데 광주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1년2월부터 지난달까지 12년4개월 동안 81%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전국 평균(117%)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전세가율이 뛰는게 집값 상승으로 반드시 연결되는 게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전세가율이 높아졌다고 괜히 집값 상승 기대감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데 굳이 집값 하락을 우려하면서 대출을 더 받아 집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집을 사면 취득세와 보유세 등 각종 세금 부담도 늘어납니다. 전세에 사는 메리트가 더 많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겁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전세가율 높은 아파트 전세보증금 위험?= 전세가율 상승에 대한 또다른 오해는 전세가율이 오르면 전세보증금이 위험하다는 겁니다. 집주인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자칫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

하지만 이것도 반드시 정확한 정보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면 전세가율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전세가율이 수년간 70% 이상 유지돼 온 광주, 대구, 울산 등 다른 지방에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수도권보다 더 많이 떼였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 지역에선 세입자들이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굳이 사려 들지 않습니다. 집주인의 입장에선 집값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 기대감이 없으니 전셋값이라도 많이 받아 다른 방식으로 수익창출을 도모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꼭 집주인의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전셋값을 올리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세입자에게 진짜 위험한 아파트는 높은 전세가율보다 지난 2007년 전후 무리한 대출로 집을 마련한 집주인 소유의 아파트일 겁니다. 그런 집의 소유주는 실제로 경제적으로 위험한 수준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은 앞으로 전세가율이 계속 상승할 전망입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전세만 찾고 있고, 매매 수요는 줄어들고 있어서입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매달 전세가율이 발표될 때마다 사상 최고치를 달성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럴 때마나 전세가율 높은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겁니다.

분명한 건 전세가율은 더 이상 집값 상승의 바로미터도, 위험을 알려주는 지표도 아니란 점입니다. 괜히 분위기에 휩쓸려 그릇된 결정을 하지 말기 바랍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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