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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함영훈> 휴가 행선지와 정을 통하는 방법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이야기는 천지다. 이를테면, 서울 강서 양천을 보자. 온통 태양과 초원 평야에 관한 얘기로 가득차 있다. 양평(陽平)은 볕이 잘드는 평야인데 안양천(‘여지도서’ 원래표기=安陽川, 지금은 安養川) 습지의 영향을 받아 목초지로 유명한 목동(원래표기=牧洞, 지금은 木洞)을 옆에 끼고 있다. 평야지대이니 목초지 옆엔 곡창지대, 벼골(禾谷:화곡)이 있었다. 목동에서 신월동 가는 길은 ‘곰달래길’이다. 공기 좋은 평야 지대라서 한양 일대에서 가장 고운 달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신월(新月)은 ‘새로 빚은 듯 청명한 달’이라는 의미다. 양평동 일대에서 본 노을 또한 조선 성종때 서거정이 ‘양진낙조(楊津落照)’라 하여 조선 석양 풍경 중 최고에 올렸다. 오죽하면 양화진 옆마을을 볕에 볕을 더한다 하여 가양(加陽)이라 했을까. 가양 주변에는 이렇듯 볕이 잘들어 서해에서 온 소금이 가장 잘 보존되었기에 소금창고 ‘염창(鹽倉)’이 있었다.

스토리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사물 마저 사랑하게 만든다. 울산바위는 속초에 있다. 금강산 산신령이 ‘절경의 백화점’을 구상하고 전국 기암괴석과 미석(美石)을 총집합시켜 만물상을 만들었다. 울산에서 먼 길 오던 바위는 그만 마감 시한을 넘겨 설악산에 머무르라는 통보를 받는다. 그래서 울산의 바위는 속초에 있다.

경북 봉화의 춘양은 춘향전의 성춘향과 헷갈린다. 글자가 다르다. 하지만 춘양에도 춘향의 흔적이 있다. 이곳에는 계서당이라는 고택이 있는데, 바로 성춘향의 일가친척으로 추정되는 언관(언론인) 겸 암행어사 성이성의 생가이다. 성이성의 아버지는 4년간 남원부사를 지냈다고 한다. 일부 향토사학자들은 이몽룡도 계서당에 한동안 기거했다고 한다. 이 곳 성씨 가문의 기록에는 ‘암행어사 출도’ 얘기도 나온다. 모든 소설이 100% 허구가 아니라는데 동의한다면, 경북 춘양의 춘향 흔적을 지어낸 것이라 우기기도 어렵다. 봉화 지역 사학자들의 말이 맞다면, 남원 광한루에서의 운명적 만남이 아니라 ‘약속된 만남’일지도 모른다. 변사또 형장에서의 재회 역시 선배 암행어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전국 최고의 음식문화, 명동성당과 함께 국내 3대성당 중 하나인 전동성당, 한옥마을 등으로 유명한 전주는 사실 부속 군인 완산과 완전 일치하는 동의어이다. 수원-화성 관계와 비슷하다. 조선 정조때 수원은 화성이었다. 수원성은 화성이다. 전주는 마한 최대의 성(城)으로 모든 것을 아우른다는 뜻의 ‘온’과 뫼 산(山)을 합친 말이다. ‘온’을 한자로 풀면 ‘완(完)’이다. 통일신라시절 완을 다시 의역해 온전 전(全)으로 바꾸었다. 한때 거대제국의 수도여서 그런지, 인물도 많고, 전주양반이라는 말도 한다.

신랑신부 하면 떠오르는 연리지(連理枝)는 대처승 원효와 태종무열왕의 딸 요석공주가 당대 최고의 사랑을 이룬 곳, 경기도 소요산 정문의 이름이다. 뿌리는 다른데, 가지가 붙은 나무, 즉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를 뜻하는데, 사실 당나라 시인 백낙천이 먼저 쓴 표현이다. 그는 날개가 하나라서 둘이 붙어야 날 수 있는 비익조(比翼鳥)를 연리지와 함께 시어로 썼다. 소요산에는 속리교(俗理橋), 나한(羅漢) 등 불교용어가 많다.

불교식 산 이름이 참 많은데, 강원도 삼척-동해에 걸쳐 있는 두타(頭陀)는 특이하다. 직역하면 ‘머리가 무너진다’는 뜻이고 종교적으로는 집착을 버린다는 뜻이다. 주변 절경때문에 ‘물욕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고, 머리가 확 깬다’는 뜻이라고 향토사학자들은 말한다.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스토리를 가슴에 담으면, 아는 만큼 보이는 수준을 넘어, 그 곳과 정을 통하고 오는 기분일 것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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