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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비겁하고 굴종에 익숙한 초선의원 148명
낡은정치를 일신하겠다고 입성한 신진세력들은 존재감조차 없다. 19대국회에 유난히 많은, 148명 초선의원은 코빼기도 보기 어렵다. 공천권을 쥔 지도부 눈치를 보느라 두부 속으로 숨어드는 추두부탕 미꾸라지들이다.



“우리는 2011년도 예산안 등의 강행처리에 동참함으로써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폭력에 얼룩지게 만든 책임이 우리 자신에게도 있음을 깊이 반성합니다.”

2년6개월 전인 2010년 12월 16일. 국회의원 23명이 마이크 앞에 섰다. 일주일 전 만신창이 끝에 여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 양쪽 진영 모두 씩씩대고 있을 즈음이다.

“우리는 독립성을 갖는 헌법기관입니다. 그럼에도 예산안을 국민의 입장에서 심의ㆍ의결하지 못했고,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법안처리에 있어서도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그들은 또 “앞으로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며, 지키지 못할 때에는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후진 정치에 침묵하면 미쳐버릴 것 같던 한 초선의원의 고독한 결심에서 국회바로세우기는 시작됐다. 23명은 황우여 남경필 이한구 권영세 정병국 신상진 임해규 진영 구상찬 권영진 김선동 김성식 김성태 김세연 김장수 배영식 성윤환 윤석용 정태근 주광덕 현기환 홍정욱 황영철이었다. 국회의원 정수의 7%에 불과했다.

치명적인 몸싸움은 그래도 벌어졌다. 2011년 10월 22일 최루탄이 터지는 아수라장 속에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통과됐다. 이듬해 홍정욱 의원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꾸짖는다면서 19대총선 불출마로 약속을 지켰고, 어떤 이는 낙선했고, 어떤 이는 국회에 다시 입성해 새 정치의 부채를 안았다. 그렇지만 거수기ㆍ홍위병 같은 굴욕의 정치를 떨쳐버린 ‘초선의원의 반란’으로 인해 몸싸움을 원천봉쇄하는, 주요 사안은 여야가 반드시 합의해야만 처리할 수 있는 국회선진화법이 탄생했다.

서해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여야의 유명 정치인에 대한 분노, 절망이 매일같이 쏟아지는데도 쇠귀에 경읽기다. 현실과 민생을 외면한 그들은 여전히 2012년 대통령선거 대책본부장에 머물러 있다. YS(김영삼)-DJ(김대중)를 끝으로 주군(主君)정치는 종식되고, 국민중심 정치가 시작된 줄 알았다. 아니었다. 친박(親朴)세력은 박근혜 대통령의 털끝만한 심기라도 건드리면 가차 없이 물고 뜯는다. 친노(親盧) 세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패와 좌절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독선에 빠져 균형감각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영혼 없는 정치의 대결은 끝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한쪽의 주군은 고인이 됐기 때문이다.

반상회에서도 이쯤 되면 바른소리가 나온다. 낡은정치를 일신하겠다고 입성한 신진 세력들은 그런데 존재감조차 없다. 19대국회에 유난히 많은, 148명의 초선의원은 코빼기도 보기 어렵다. 감 놔라 밤 놔라 사석에서 두는 온갖 훈수는 우등생감이다. 금배지의 환상과 단물을 빨아먹으며 병풍 뒤에 숨어 있다. 공천권을 쥔 지도부의 눈치를 보느라 두부 속으로 숨어드는 추두부탕(鰍豆腐湯) 미꾸라지들이다. 2016년 4월 13일 총선을 고대한다. 조용히 죽는 미꾸라지가 될지, 정론관 마이크를 잡고 “유치찬란한 말꼬리잡기식 당쟁을 집어치우라”면서 튈지는 그들의 선택이다. 다만 꼭 한마디 하고 싶은 말, “초선의원님들, 비겁과 굴종, 쪽팔리지 않나요.”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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