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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정용덕> 한국행정 65년에 제기되는 질문들
노량진 수몰사고·방화대교 붕괴
전근대적 한국행정 현주소
선진국형 탈관료제 구현 위해선
관료제완성 병행…이원적 전략을


다시 오곡이 무르익는 활력의 계절 8월이 되었다. 한국인에게 8월은 유별한 의미가 있다. 외세 강점으로부터 자유를 되찾은 광복의 달이요, 한민족 사상 처음으로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을 수립한 달이기도 하다. 특히 이달 15일이면 정부 수립 65주년이 된다. 이에 즈음하여 한국의 행정 발전에 대해 몇 가지 자문하게 된다.

첫째, 한국의 행정이 과연 근대화되었는가 하는 질문이다. 6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한국인들은 세계가 주목하는 발전을 이루어냈다. 인구 5000만이 넘으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이상인 세계 7대 국가군에 한국이 속한다는 간단한 국제 비교가 한마디로 이를 요약해 준다. 이러한 놀라운 발전 과정에서 행정은 늘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행정 자체의 진화도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처럼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발전이 이루어졌기 때문인지, 한국의 행정은 아직도 그 정체성이 모호한 채로 있다. 행정의 많은 부분에서 근대화가 이루어졌지만, 전근대적인 특성 또한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은 대개 우리 행정의 전근대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최근의 예를 들면, 장마철에 반복된 크고 작은 수재해, 노량진 배수지 수도관 설치 공사장 수몰, 방화대교 붕괴 등이 발생했다. 이 사례들은 모두 우리 행정에서 아주 기본적인 절차적 합리성이 지켜지지 않았기에 발생한 사고들이다. 전 국민을 소름끼치게 만들더니 결국은 청와대에서 서민 가구에 이르기까지 올여름을 찜통더위 속에서 지내게끔 만든 ‘원전’의 부품 비리와 그로 인한 가동 중단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국가정보원과 국세청이라는 국가 최고권력기관의 수장을 지낸 이들이 재임 시에 사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치사한 혐의들이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해방 직후나 ‘6ㆍ25사변’ 직후의 혼란기도 아니고 세계 7대 강국을 운운하는 오늘날 부실 회계를 눈감아 달라는 청탁을 들어주고 금품을 수수한 금감원 직원이나, 누구보다도 모범을 보여야 할 법관들의 비리 사건들은 단지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아직 근대화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할 때, 제기되는 두 번째 질문은 선진국들이 지난 20세기 말부터 추구하고 있는 ‘탈(脫)관료제’ 행정을 우리는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법과 도구적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는 근대주의 패러다임인 관료제 행정을 넘어서서 그다음 단계로 이행하려는 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초부터 이미 시작은 되었다. ‘세계화’ ‘친시장의 공공관리’ ‘참여 거버넌스’, 그리고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 3.0’ ‘칸막이 제거와 융합’ ‘창조’ 등의 개념들은 모두 근대주의 시대의 관료제 행정을 뛰어넘으려는 시도들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탈관료제 행정의 구현은 그 이전 단계인 근대화가 먼저 완성되어야 한다. 그 예로, 절차보다 성과를 강조하는 탈관료제 행정이 가능하려면 절차와 법치에 대한 구성원 상호간의 신뢰와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관리비, 식품 제조와 유통, 유아원 운영, 국제중 입학 등 최근 몇 달 동안의 예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비리와 부정이 만연하고 있다. 이처럼 전근대적인 특성들이 남아 있는 한 사회적 자본의 축적과 그것에 근거한 국가와 시장과 시민사회 간의 ‘경계를 넘어선 협력’을 통해 공공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렵다.

탈관료제 행정의 전제조건이 행정의 근대화, 즉 관료제화라면 우리는 계속 선진국의 발전 단계만 뒤쫓아가야 한다는 것인가? 관료제화를 압축적으로 완성하면서 동시에 탈관료제화도 병행해 나가야 하는 모호하면서도 상충적인 이원적 전략이 이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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