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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송은일의 구수한 입담에 실린 4대 종부 이야기 ’매구할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송은일의 장편소설 ‘매구할매’(문이당)는 거대한 테피스트리 작업 같다. 종가를 지켜온 여인들의 질긴 본능과 기개가 굵은 올로 선명하게 짜여 있다.

계성재 20대 손인 소설가 류은현은 금당의 고향집으로 귀향한다.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던 그는 사귀던 남자의 부인이 찾아와 강의를 그만두라고 강요하자 추문이 두려워 고향으로 내려와 핑계 삼아 장편소설 작업에 들어간다. 소설을 준비 중인 그는 아버지로부터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계성재가솔부’를 넘겨받고 계성재 사람들 얘기를 소설로 써나간다. 소설은 은현의 현재와 은현의 소설, 두 이야기가 나란히 가는 액자소설이다. 은현의 소설 속 주인공은 ‘계성재가솔부’에 수록된 17대 종부인 여례당 권씨. 이야기는 매구할매인 진녹두가 90여년 전 시집가 나갔다 다시 계성재로 돌아와 집안의 안주인인 여례당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여례당은 한 시절 들고 나는 수많은 가솔들과 함께 해방과 6ㆍ25전쟁의 격동기를 거치며 하루아침에 외종손인 자식과 지아비를 폭도들에 의해 잃지만 남은 사람들을 지켜나가는 여장부다. 근근이 지켜온 종갓집의 현실은 막막하다. 18대 진녹두 매구할매는 한 집안의 큰 어른이자 한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이지만 이미 힘을 잃었고, 19대 홍림당 역시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아들들은 봉제사를 모두 내팽개치고 제 할일에 바쁘고 은현의 아버지 역시 종가 살림과 행사에 미적지근하다. 더 이상 종갓집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탓이다. 그는 은현이 종가 이야기를 소설과 영화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일에 그저 협조할 뿐이다. 종가의 존재는 이제 이야기로만 남게 될 터이지만 분위기는 어둡지 않다. 은현의 쌍둥이 출산은 새로운 시대를 암시한다.

4대에 걸친 종가의 안주인들, 여례당과 근현대사의 질곡, 진녹두 매구할매의 파란만장한 삶과 은현의 출산까지 한 권의 소설로는 벅차 보인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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