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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 오리 찾기' 괴짜 조류학자
좌충우돌 탐사기...박물관 탐방 흥미로워
[북데일리] 파란영양, 포클랜드늑대, 도도새. 이들의 공통점을 아시는지? 바로 인간이 멸종시킨 동물들이라는 점이다.

<이상한 조류학자의 어쿠스틱 여행기>(지식여행자. 2013)는 5년 동안 10개 국가의 40개 도시, 44곳의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한 조류학자가 쓴 책이다. 1875년 멸종되어 존재하지 않는 ‘래브라도 까치오리(Labrador duck)’의 표본을 찾아 나선 캐나다의 조류학자 글렌 칠튼.

저자는 어린 시절에 수집에 매료되어 우표, 만화책, 단추 등을 모았다. 이어 ‘위기에 처한 북미 야생 생물’이라는 주제의 수집용 카드도 모으게 되었다. 카드 1번부터 4번은 멸종 조류였고, 바로 1번이 래브라도 까치오리였다. 그것은 그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그의 조류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어 조류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를 따고 교수도 됐다. 그리고 멸종된 까치오리의 그림 카드를 만난 지 25년이 지나, 북미 조류 전체의 해설서를 쓰려고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까지 제대로 된 까치오리 해설서가 아직 없었고, 1950년대 후반에 ‘폴 한’이라는 조류 애호가가 각지의 자연사박물관에 문의해서 기록해 놓은 까치오리 박제 목록만 존재할 뿐이었다.

“까치오리 해설서가 출간된 적 있지만 나는 불완전한 이야기를 끈질기게 따라갔다. 내 아내인 리사는 내 태도를 두고 개가 뼈다귀를 꽉 물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결고 칭찬은 아니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까치오리 박제의 야릇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들은 입을 모았다. ”책으로 꼭 써.“ 말하자면, 입 닥치라는 뜻이었다.” (p.21)

그는 세상에 있는 모든 까치오리 박제를 직접 조사하고 측정하는 모험에 나서기로 한다. 그는 잣은 외국 박물관 방문을 순조롭게 하려고, ‘제2의 신혼여행’과 같은 속임수를 써서 아내와 까치오리 여행을 떠난다. 또한 대학 졸업 후 16년 동안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동창에게는 자동차 여행을 제안하기도 하고, 박물관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동료에게 연사가 되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처음 까지오리 둥지 찾기에 실패한 그는 알을 찾아 나선다.

“내가 알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껍데기를 살핀다는 뜻이었다. (중략) 내용물 없이 껍데기만으로 어떻게 유전자를 분간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면, 전에 오믈렛을 만들던 때를 떠올려보라. 그릇에 흰자와 노른자를 떨어뜨린 뒤에도, 껍데기 안에는 얇은 막이 남아있다. 이 막은 달걀이 암컷의 생식기관에서 만들어질 때부터 노른자와 흰자를 감싸고 있던 것으로 알껍데기가 만들어지기 전에 형성되어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있다. 이 막에는 암컷이 만들어낸 세포들이 존재하며, 따라서 유전자 물질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p.44)

일반인에게는 오리 알이나 까치오리 알이나 별반 다르지 않지만, 값으로 따져도 멸종된 까치오리의 알은 매우 귀중하다. 한편, 그는 독일 할버슈타트라는 작은 도시에서 확인한 까치오리 표본은 가짜여서 크게 실망한다. 그것은 집오리를 수컷 까치오리처럼 목 부분을 검게 색칠한 것으로, 문제는 이 표본이 전시된 200년 동안 어떤 전문가도 위조품이란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어 그는 캐나다 동해안에 있는 농장도 찾아간다. 까치오리의 후예로 보이는 ‘검은동인도오리’의 DNA에 까치오리의 흔적이 남아 있는지 검사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알들은 농장에서 채집된 뒤 밀폐 용기에 두 달이나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 고약하게 썩어 버렸다. 그는 알껍데기를 얻기 위해서 끔찍한 냄새를 참아내야 했다.

“우리는 신속하게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주차장의 가장 외진 곳에서 뚜껑을 슬그머니 들어 올리자, 속이 울렁거렸다. 일주일동안 고약한 유황 냄새가 풍기는 늪지를 걸어 다녔다고 상상해보라. 여행이 끝난 뒤에 양말을 벗어서 거기에 파마산 치즈와 식초를 가득 넣는다. 그리고 아기들의 토사물을 슬쩍 올려둔다. 그게 바로 검은동인도오리 알의 두 달 지난 냄새다. (중략)  만약 목사들이 이 알에서 품어져 나오는 냄새로 지옥을 설명한다면, 신자들은 화들짝 놀라 선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 어렵다는 혼전순결도 권고할 수 있을 것 같다. 혼전순결이냐 아니면 영원히 이 냄새를 맡을 것이냐. 하지만 그런 비교는 지옥의 악명을 폄하하는 짓이겠지” (p. 164~p.167)

수백 년 동안, 새들은 과학적 가치를 지닌 존재라기보다는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 총에 맞고 박제로 만들어졌다. 즉 우표처럼 수집품이 되었다. 인류의 사냥으로 사라진 생물의 흔적을 추적하는 그를 보면 실속 없고 ‘정신 나간’ 듯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여정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현대에도 반복하고 있는 우리들의 과오에 대해서까지 생각이 미친다. 독자들은 이상한 조류학자와 함께하는 수차례의 박물관 여행이 다소 힘에 부칠 수도 있지만, 중간 중간 그가 들려주는 각 지역의 역사, 지리, 사회, 문화는 아주 유쾌하게 읽힌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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