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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년前이나 지금이나…공부는 수행하듯 사랑하듯
이이의 책읽기는 궁리를 깨치는것
“올바른 공부는 하지 않고
출세나 해서 잘 살려는 이 많아…”

황농문 교수의 ‘몰입이론 공부법’
“공부 몰입하면 쾌감물질 분비
난제에 주눅들지 말고 씨름하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마음이 막히고 트이지 않아 제대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반드시 책을 읽고 이치를 추구하여 올바로 행동할 방법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앎을 터득하여 합당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율곡 이이 ‘격몽요결’)

“육체적 성숙은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이루어지지만 정신적 성숙은 절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끊임없는 교육과 노력에 의해서만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완성되어가는 것이다.”(황농문 ‘공부하는 힘’)

격몽요결/이이 지음, 김학주 옮김/연암서가
16세기 조선 중기 성리학의 대가이자 사회 개혁에 앞장섰던 이이의 공부 길잡이 책과 몰입 기반 학습으로 공부하는 인간의 새로운 삶을 제시한 황농문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의 공부법은 세월의 간극만큼 공부의 대상과 방법은 다르지만 목표는 엇비슷해 보인다. 오늘날의 공부는 흔히 수단에 불과하지만 과거 공부는 그 자체가 일종의 수양이자, 이상적 인간이 되는 도정이었다.

이이는 인간은 본래 선한데 나쁜 습성에 의해 비뚤어지고 어리석어져 공부를 통해 다시 본성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봤다. 21세기식으로 말하면, 지적 능력의 개발을 통해 잠재력과 창의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시대의 지성인이 쓴 ‘격몽요결’(연암서가)과 ‘공부하는 힘’(위즈덤하우스)은 왜 공부해야 하는지, 공부의 기쁨과 공부의 효과 등 학습하는 인간의 모습을 나란히 보여준다.

이이가 ‘격몽요결’에서 방점을 둔 것은 공부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먼저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뜻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성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 개의 터럭만큼도 자신의 능력을 낮게 보고 그 목표로부터 물러서거나 다른 일로 미루려는 생각을 지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공부할 내용은 일상적인 것부터 ‘사서삼경’ 등 생활 전반이다. 공경스러운 몸가짐, 예(禮)가 그 중심에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은 두 손을 모으고 똑바로 앉아 공경히 책을 대해야 한다. 마음을 통일하고 뜻을 모아 골똘히 생각하고 깊이 두루 살펴 뜻을 철저히 이해하되 모든 구절마다 반드시 실천할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격몽요결’ 중)

이이에게 책을 읽는 것은 공부의 한 방편일 뿐이다. 성현들의 책을 통해 지식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궁리를 깨치는 데에 있다.

이이는 공부가 출세의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선비들 중 올바른 공부는 하지 않고 과거 시험 준비나 해 벼슬을 해가지고 출세나 해 잘 먹고 살려는 이들이 많다”고 질타한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필요성은 인정, 과거를 보는 일과 성리학 공부를 어긋나지 않게 잘 아울러 해나가려면 뜻을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공부하는 힘/황농문 지음/위즈덤하우스
황농문 교수가 자신의 경험과 풍부한 사례에 바탕해 쓴 ‘공부하는 힘’은 공부법이 중심이지만 일반적인 학습 요령과 달리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공부 자체의 즐거움을 통한 성취와 자아실현으로 이끈다.

그가 들려주는 방법은 몰입 이론을 공부에 적용한 것이다. 몰입 상태에선 ‘도파민’이라는 쾌감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에 일과 공부에 대해 긍정적 감정을 유발, 도전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거나 오히려 의욕을 불러일으켜 공부를 지속할 힘을 제공한다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몰입을 어떻게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느냐다. 저자에 따르면, 몰입도를 올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1초도 쉬지 않고 오로지 풀려고 하는 문제만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불교의 수행 방식인 ‘화두선’에 비유한다. 풀리지 않는 난제를 앞에 두고 피하거나 주눅이 들지 않고 정면으로 쉬지 않고 도전하면 우리 뇌에서는 주어진 도전에 응전하기 위한 일련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것이 바로 몰입도가 올라가는 과정이다. 안 풀리는 문제를 놓고 씨름할 때도 지루한 상태를 견디면서 계속 공부하면 몰입도가 올라가 뇌는 중요한 걸로 여기며 점점 공부에 집중이 잘되고 재미가 붙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기 기억이 활성화되고 인출되면서 공부하는 내용이 쏙쏙 머리에 들어오게 된다. 다량의 시냅스가 점화되고 다량의 신경 전달 물질이 방출돼 점점 재미는 더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몰입의 과정과 효과가 창의성이 발현되는 과정과 일치함을 위대한 과학자와 노벨상 수상자들의 예를 통해 설명해나가며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새로운 지식 습득과 함께 깊이 알기가 요구될수록 두 책은 공부의 길잡이서로 휴대할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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