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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폴레옹 히틀러…뇌는 알고있다, 권력의 짜릿한 맛을…
1995년 타이슨 복귀 이후 손쉬운 2경기
테스토스테론 분출시켜 공격성향 자극

권력자들 ‘승자효과’ 각인…환상에 빠져
뇌 속 화학상태 바꾸고 인생관도 변화
뇌과학 틀로 ‘권력속성’ 분석 흥미진진


승자의 뇌/이안 로버트슨 저·이경식 역/알에이치코리아
이기적 유전자 vs 협동유전자의 논쟁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와 연결돼 있다. 과연 어느 쪽이 ‘이기는 인간’에 간여하느냐다. 인간의 진화과정에 환경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숙명적 유전자가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왜 어떤 사람은 승리하려고 엄청난 노력과 열정을 쏟고, 또 어떤 사람은 성공과 권력을 일부러 피하려 할까? 권력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성공과 권력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까?

세계적인 신경심리학자 이안 로버트슨 트리니칼 칼리지 교수는 ‘승자의 뇌’(알에이치코리아)에서 이 모든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간다.

1995년 8월 19일 세기의 ‘핵 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라스베이거스 그랜드 아레나 호텔의 특설 링에 오르자 1만7000여명의 팬은 환호했다. 강간죄로 3년을 감옥에서 복역하고 출소한 뒤 갖는 첫 경기였다. 그의 상대는 피터 맥닐리. 경기가 시작되자 맥닐리는 기를 못 펴고, 해설자의 표현대로 ‘어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금욕주의 수도자’꼴로 경기 시작 89초 만에 부정실격패를 당한다.

그로부터 넉 달 후 타이슨은 사우스필라델피아 코어스테이츠 스펙트럼에 오른다. 상대는 버스터 마티스 주니어. 상대가 계속 엉기는 바람에 경기는 허접스러웠다. 한마디로 상대가 되지 않는 무대였다. 타이슨의 세 번째 무대는 1996년 3월 16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호텔 특설 링으로 옮겨진다. 상대는 WBC 세계챔피언 프랭크 브루노. 타이슨은 브루노를 3회에 때려눕혔다. 가석방 출소자 타이슨은 불과 7개월 만에 다시 한 번 세계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타이슨의 프로모터는 왜 앞선 두 번의 경기를 별 볼일 없는 ‘토마토 통조림 깡통’을 타이슨에게 들이밀었을까.

그 답을 일찌감치 내놓은 이가 수학자 린다우 시카고대 교수다. 이른바 승자 이펙트다. 린다우 교수는 히틀러의 충격에서 전 세계가 여전히 두려움에 휩싸여 있던 1950년, 무엇이 동물들로 하여금 위계질서를 구축하게 하는가에 눈을 돌렸다. 린다우는 각 구성원의 타고난 특성만으로는 위계질서가 형성되지 않으며, 어떤 동물이 다른 동물과 다퉈서 이기고 이 승리가 다음 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둘 가능성을 높여줄 때 위계체계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자기보다 덩치가 작은 녀석과 닷새 동안 생활했던 물고기는 덩치가 큰 녀석과 생활했던 동물보다 더 강한 공격성을 보인다.

타이슨이 오래 쉬었는데도 세계챔피언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이전 승리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출을 유도한 것이다.

저자는 권력이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탐색을 이어간다.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실험결과에 따르면 권력은 뇌 속 화학적 상태를 바꾸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인생관까지 바꾸어 놓는다. 

“우리가 정말 바라지 않는 것은 지도자가 권력을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는 승자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리는 ‘나’를 원하는 만큼이나 ‘우리’를 위해서 승리하고자 하는 승자를 필요로 한다.”(본문 중)

권력을 쥐면 테스토스테론과 그 부산물인 도파민이 증가하는데, 이는 마약을 복용했을 때의 환각상태와 같다.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권력욕과 성욕을 증가시킨다. 높은 직위에 있는 이들이 성 스캔들에 휘말리는 이유다.

권력은 또한 모든 상황을 자기가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뜨린다. 히틀러와 나폴레옹이 권력을 휘두르면서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하고 복잡한 사건들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진 것과 같다.

권력자에게 나타나는 성격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공감 능력의 상실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이중 잣대다. 한 실험에 따르면 권력을 쥐고 있거나 경험한 이는 타인에게는 엄격한 원칙을 적용하면서 자신에게는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히틀러, 무가베, 폴포트 등 승자와 권력욕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심리학자 맥클레랜드가 제시한 ‘S권력욕’, 즉 집단 혹은 사회를 위한 목적에 초점을 맞춘 권력욕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이 진정한 승자라는 결론이다. 흔히 정치사회학의 영역에서 다뤄져온 권력의 속성을 뇌과학의 틀로 들여다본 점이 새롭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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