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신문없이 재판종결 시사
실형선고땐 경영공백 장기화
재계 “실체적인 진실규명해야”


SK그룹의 표정이 어둡다. 최태원 회장 형제 횡령 사건의 핵심 주범으로 꼽히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송환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김원홍 씨가 지난 7월31일 대만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최태원 회장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이 곧 규명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상황은 SK의 바람대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 김 씨가 대만에서 체포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SK그룹이 정부 당국으로부터들을 수 있는 말은 “김원홍 씨 송환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것 뿐이어서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김 씨에 대한 증인신문 없이 재판을 종결하려는 뜻을 내비치면서 조바심은 극도에 달하고 있는 상태다.

항소심이 사실관계를 따지는 마지막 사실심리라는 점도 SK그룹을 초조하게 만든다. 업계 관계자는 “김 씨의 법정 증언이 물건너갈 경우 최태원 회장 형제는 사실관계도 제대로 따지지 못한 채 재판을 끝내야 한다는 데, 그룹이 노심초사하는 것 같다”고 했다.

SK그룹 측은 걱정하는 것은 김 씨 증인신문이 무산돼 사실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채 최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뒤따를 경영공백 장기화다. 그룹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어 보인다. SK하이닉스 인수를 통한 반도체 수출과 SK이노베이션의 석유수출 등으로 글로벌 사업이 어느때보다 활발한 시점에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대악재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1월31일 1심 선고로 법정구속돼 2일 현재 수감생활이 만 7개월을 넘긴 상태다. 이는 국내 대기업 회장의 수감기간 가운데 최장 시간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03년에도 분식회계 문제로 7개월간 수감생활을 한 바 있다.

SK 관계자는 “단순히 선처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쓸 수 있는 마지막 절차를 취해달라는 것”이라며 “최 회장이 혹시라도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도록 피고인의 변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라도 김원홍 씨 증인신문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김 씨가 늦어도 이달말께 국내 송환이 가능하다는 국내외 전망들이 잇따르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씨처럼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을 경우 최장 2개월간 구금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 7월31일 체포된 김 씨는 늦어도 이달 말 이전에는 한국 송환이 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법무부와 검찰 등 정부 당국이 김 씨 송환에 유난히 미적거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법무부와 검찰이 적극적인 송환 노력을 보인다면 이달말 안으로는 송환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 법무부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대만에서 체포된 한국인 K 씨에 대해 지난 5월7일 송환을 요청하자 2개월이 채 안 되는 7월4일 국내 송환된 적이 있다.

이에 ‘공익과 정의의 최후 보루’라는 검찰이 실체적 진실 확인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구속만기 등 법적 절차도 중요하지만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것보다 우선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김 씨가 국내 송환될 것이 확실하다면 김 씨 증인신문이 어떻게든 이뤄져야 SK 사건의 모든 당사자들도 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