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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홍길용> 역사까지 정쟁으로…부끄러운 정치인들

여야가 이젠 역사까지 정쟁의 제물로 삼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왜곡을 우리가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을지 부끄러울 정도다.

여권의 최고 실세라는 김무성 의원은 지난 4일 ‘역사공부 모임’을 만들며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켜야겠다”고 발언했다. 좌파는 ‘타도’ 대상이고, 역사는 ‘전리품’이라는 논리다.

11일 두 번째 모임에서 강사로 나선 공주대 이명희 교수는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10년 내 좌파에 의해 한국사회가 전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좌파를 반사회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야 ‘학자의 견해’라 치더라도, 역사학자가 미래까지 예단한 것은 월권이다.

야당이 발끈한 것은 한편 이해간다. 그런데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 과연 역사교과서의 객관성에 얼마만큼 공을 들였던가. 충분히 노력했다면 오늘의 여당이 이를 문제삼을 여지도 적었을 것이다. 분단이라는 상황의 특수성, 아직도 좌우 이념대립이 심한 현실을 무시한 채 근현대사에 지나친 의미 부여를 한 게 아닐까. 또 ‘종북의 숙주(宿主)’로 공격받으니, ‘역사왜곡’으로 반격한 게 아닌지도 반성해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역사를 정쟁으로 삼은 건 야당도 마찬가지다.

역사는 어렵다.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훌륭한 역사는 자랑스러운 기록을 남기는 게 아니라 최대한 그 시대를 냉정히, 충실하게 담아내는 것이다.

가치판단은 최소화하는 게 옳다. 그래서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대가 이를 두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사의 생명은 해석의 다양성이다.특히 당사자가 아직 생존해 있는 때의 기록을 가치평가하자고 투닥거리는 것은 역사의 금기사항이다. 저급한 정치행위일 뿐이다. 역사교육의 목표는 올바른 눈을 키우는 데 있지, 우파 또는 좌파로 각색된 메모리칩을 이식하는 게 아니다. 오른팔도 왼팔도 모두 내 몸이다. 오른손잡이라고 해서 왼팔이 필요없다고 잘라버린다면 남은 팔도 더 이상 오른팔이 아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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