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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 김건> DMZ 세계평화공원에 거는 기대
마음이 따뜻해지는 추석이 다가온다. 풍요로움이 주는 따뜻함으로 모두 적당하게 들뜨는 시절이다. 성묘도 하고 뜸했던 친지의 안부도 묻는 계절이다. 연휴를 맞아 먼 나라로 홀가분하게 여행을 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날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마음 아픈 구석도 있다. 남북 분단이 주는 아픔이다. 분단의 당사자는 추석과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더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이산가족 상봉이 가능하다고 하니 조금 위안이 될 뿐이다. 남북 분단으로 우리가 치르고 있는 대가는 단순한 심적 고통에 그치지 않는다.

반도에 위치했음에도 대륙과 이어진 이점을 누릴 수 없다. 대륙 철도의 종점으로서의 역할이나 시베리아 가스는 그림의 떡이다. 긴장으로 인해 전쟁 억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고, 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정부정책의 폭도 좁아진다. 한반도가 안정된다면 우리는 분단으로 인한 비용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활용해 폭넓은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원칙을 세운 대화 끝에 최근 남북관계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쁜 일은 DMZ세계평화공원 역시 북한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제야말로 남북의 신뢰가 한 단계가 더 올라갈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평화공원에 무엇을 담을 수가 있겠는가? 아니다. 무엇을 담는 것이 좋겠는가? 지극한 개인의 사견에 불과하지만, 공원이 평화의 상징 공간을 넘어서 북한이 실질적 경제 역량 강화를 위해 사람들이 드나들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원 내에 남북과학기술교류센터를 만드는 것이 어떻겠는가? 이념이나 사상과는 무관한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서로가 뭔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일이 평화공원 내에서 벌어졌으면 좋겠다. 북한은 전쟁 중인 1952년 국가과학원을 설립했고,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강성대국의 3개 기둥의 하나로 과학기술 중시를 내세울 정도로 과학기술을 중시한다. 그러나 사회 자체의 폐쇄성 때문에 과학기술에 중요한 인력의 교류는 쉽지 않다. 많은 나라에서 개도국을 위해 개최하는 프로그램이 열리지만 북한의 학생이나 연구자가 참여를 허락받기는 쉽지 않다.

만일 DMZ에 과학기술교류센터가 설립되면 북한은 외국에 연구자를 내보내지 않고 국제과학기술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국방에 민감하지 않은 기술 관련 워크숍을 합의해 열고 주요 저널이나 도서를 비치해두는 것만으로도 북한의 연구자와 학생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공원은 북한의 현재와 미래 기술자의 중요한 민간 채널을 여는 공간이 된다. 좀더 기대한다면 평화를 브랜드로 전 세계가 참여하는 과학기술 교류의 장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평화공원을 거니는 한가로운 사람들을 창으로 내다보며 머리를 맞대고 식량이나 보건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논의하는 남북 연구자의 모습이 그저 꿈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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